◎“농민신뢰 받는 농정실현이 관건”/“전국민 함께 대처하는 자세 필요”수입개방물결을 타고 외국농산물이 파죽지세로 쏟아져 들어와 국내농가 및 관련산업이 큰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기관ㆍ학계ㆍ언론계ㆍ연구기관ㆍ소비자단체ㆍ재야농민단체 등의 대표들로 구성된 「농수산물 수입개방보완 특별대책위(위원장 김식 농림수산부장관)」가 21일 발족,첫 회의가 열렸다.
농산물수입개방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점과 이에 따른 보완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농림수산부의 자문기구로 설치된 특별위의 첫번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농산물 수입개방문제는 정부와 농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참여하는 국가적인 운동차원에서 풀어가야하며,특히 정부는 농민의 신뢰를 받는 신뢰농정을 실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의견발표 내용.
▲정영일씨(서울대교수)=지금까지 정부의 수입개방대책은 사후보완적이고 대증적이었다. 수입개방대책은 궁극적으로 영농구조개선 차원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당장의 피해조사ㆍ구제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은 반드시 농업구조개선과 연결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수입개방압력이 한꺼번에 사방에서 밀려들오고 있어 정책선택의 폭이 적다.
따라서 정부는 오는 97년까지 수입유예기간이 남아있다는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사고로 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쌀도 개방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제하에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년후에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속에 혼란을 겪게될 것이다.
▲정장섭씨(전국농어민기술자협회 부회장)=수입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는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농민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신적ㆍ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효율적인 수입개방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정에 대한 농민들의 신뢰 회복을 대전제로해야 한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농민의 76.3%가 농정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정에 대한 신뢰구축이 없고서는 수입개방대책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신뢰구축을 위해 특별위에 재야권 농민대표들의 참여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병화씨(국제농업개발위원장)=농산물수입의 불가피성,이에 따른 정부대책과 국민의 자세에 대한 홍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농업관계자들만 떠들어봐야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경제기획원,상공부등 정부부처의 대표들도 이 특별위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수입개방대책으로 농산물수출강화가 시급한데,이를 위해 5백만명에 달하는 해외교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식료품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교포들이 한국농산물이 아니라 일본상품을 팔고있다는 사실은 우리정부의 대책미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장동섭씨(전남대교수)=무역자유화시대에 우리농산물이 미국 등과 해외에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가격 등을 감안할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농산물수입이 공업등 다른분야와도 얽혀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크다. 결국은 국민들이 함께 대처해 나가는 길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수입개방 피해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심어주어야 한다.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우리보다 수입개방이 더 많이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업이 끄떡없이 지탱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 외국농산물을 사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대외압력을 의식,「외국농산물을 애용하자」고 국민들에게 하소연하고 있을 정도다.
▲고광출씨(서울대교수)=각계의 의견이 폭넓게 수용되는 개방농정이 구현돼야 한다. 과거의 농정은 권위주의ㆍ탁상행정ㆍ시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농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입개방대책은 농민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절대로 실효를 보지 못할 것이다. 이같은 신뢰를 기반으로 농민과 일반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민적인 운동으로 확대ㆍ전개되야 한다. 농민과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농협 등이 벌이고 있는 농산물애용운동이 국민 각 가정에 침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들도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다 값싸고 품질좋은 상품을 생산하는데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일본이나 대만국민들이 외국산 상품을 배척하는 것도 사실은 자국산농산물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정부에 손을 벌리기에 앞서 스스로 자구책을 펴는 자립갱생의식을 길러야 한다.
▲강춘성씨(전국농어민단체 협의회회장)=수입개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톨릭농민회 기독교농민회등 소위 운동권 재야농민단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농정개선에 있어서 이들 재야농민단체들이 적지않은 기여를 해왔다. 또한 전경련등 대기업집단들도 참여시켜야 한다.
농민들은 농산물수입을 주도해온 대기업들을 농촌피폐의 가해자로 생각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수입개방에 따른 대책에 어떤 형태로든지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수입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적합의」는 결코 도출될 수 없다고 본다.
▲신성순씨(중앙일보 논설위원)=외국의 농산물 동향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정보수집 및 축적이 시급하다. 정확하고 광범위한 정보가 축적돼 정부기관은 물론 학계ㆍ연구기관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체제가 정립돼야 한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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