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각 공화국 최고회의 선거 잇달아/「당독재」 등 폐기후 처음/고 「개혁파 부상」 기회로/민족주의 반발 러시아인보수 연합 우려도소연방공화국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4일 리투아니아 공화국을 시작으로 각 공화국들의 최고회의(의회) 선거가 줄을 잇고 있어 향후 소련정치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예정된 선거일정을 보면 오는 24일 리투아니아,25일 몰다비아 타지크,3월4일 러시아 백러시아 우크라이나,3월18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3월25일 그루지야 카자흐 공화국 등의 순서로 되어있으며 유혈폭동 사태가 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선거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각 공화국의 선거는 지난 7일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에서 공산당 일당독재 폐기 및 다당제를 채택하는 등 소련 역사의 획기적 전환을 한 이후 처음실시되는 것으로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대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르바초프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공산당 개혁파와 인민전선등 재야단체들을 전면으로 부상시켜 개혁의 전위대 역할을 하도록하는 동시에 지방공산당들 중 보수파를 자연스럽게 도태시켜 체질강화의 전기로 삼으려 할것이 분명하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3국 인민전선들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백러시아 공화국등 러시아 민족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화국에서는 보수파 공산당원들이 개혁파에 대거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공화국별 선거 이슈를 보면 발트3국과 몰다비아 그루지야 등에서는 분리ㆍ독립문제가,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는 보혁대결이,백러시아에서는 경제ㆍ문화의 자치권이 각각 쟁점이 되고있다.
또 타지크 공화국에서는 상품의 가격인상과 공해문제가,카자흐 공화국에서는 핵실험 문제가 논란이 되고있다.
리투아니아 공화국 선거에서는 현재 1백41석의 공화국 최고회의 대의원 의석을 놓고 5백여명이 입후보했는데 공산당원을 비롯한 후보자 대부분이 사유디스(인민전선)측의 지원을 받고 있어 선거후 최초로 사유디스나 친사유디스 비공산 연립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유디스에 참여하지 않은 리투아니아 공산당내 보수파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공화국 공산당과 제휴하면서 러시아 공화국 공산당등으로 부터 지원을 받고있으나 대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서도 인민전선측은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모아가고 있다.
몰다비아 인민전선 역시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정권 붕괴이후 루마니아와의 재결합을 추진하는 등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그루지야 인민전선도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카자흐 공화국에서는 미국의 핵실험장이 있는 네바다주의 이름을 딴 「네바다」라는 야당이 공해문제를 제기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각 공화국의 분리ㆍ독립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민전선의 득세에 소련 전체인구의 52%를 차지하는 러시아인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전통적으로 보수경향이 있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은 민족 우월의식이 유별난데다 현재 추세로 각 공화국의 독립운동이 계속될 경우 소 연방체제의 붕괴까지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등을 내세워 공산당내 보수파들과 결합할 가능성도 높다.
러시아 민족주의자들과 보수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이나 인구면에서 열세인 급진개혁파들은 따라서 인민전선의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제 도입등 과감한 경제개혁 실시를 주장하면서 일반 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보혁대결의 승부는 3월4일 실시될 소연방의 핵심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공화국 최고회의 선거에서 날것으로 보이는데 보수파들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대체로 개혁파 또는 급진개혁성향의 인물들이 당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결국 이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ㆍ7월께 조기 소집예정인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고르바초프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대통령제 및 일련의 개혁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연방최고회의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법안들이 토의가 연기되거나 재검토 결정이 내려지는 등 보수파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결과를 낙관만 하기는 힘들다.
러시아 공화국의 경우 기존 보수파들이 조직적으로 개혁파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으며 행정력을 이용해 보수파 후보를 지원하는등 기존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어쨌든 고르바초프는 이번 각 공화국 선거를 통해 공산당이 과거 권위주의적 관료주의 의식을 버리고 다당제하에서 자생력을 얻도록하는 시험대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목표가 「인간의 얼굴을 한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때 지방공화국 공산당들은 지난 70여년간 「무임승차」했던 구태를 벗고 주민들의 다수 지지를 받는 당으로 변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체 개혁의 고통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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