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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기꺾기」 신경전에“시간낭비”/개회사파동… 끝내 국회공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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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기꺾기」 신경전에“시간낭비”/개회사파동… 끝내 국회공전까지

입력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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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발언취소ㆍ사과요구에 김 의장 “편파 아니다”/개편얽힌 감정 응어리도 한몫/현안ㆍ여론의식 「하루싸움」으로지난 20일 가까스로 개회한 제148회 임시국회는 예기치 못했던 김재순국회의장의 「개회사 파동」으로 초반부터 공전사태를 빚고 있어 산적한 국정을 앞에 놓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3당합당과 관련한 김의장의 발언에 대해 평민당은 21일 문제발언의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으나 김의장측은 「유감」 표명 이외에 사과 등은 할 수 없다는 자세를 계속 고수. 이에 평민당측은 민자와의 의사일정 협의마저 거부함으로써 이날 국회 본회의는 유회됐다.

일단 민자당측은 평민당이 협상에 응해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방침. 또 국회 주변에서는 정계개편으로 여야관계가 긴장과 감정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김의장의 개회사가 평민측을 자극한 게 당연하다는 지적과,그렇다고 국회의 장기공전까지 몰고 갈 만한 이유일 수는 없지 않느냐는 소리가 맞서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거여 국회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할 때 지난 2년간의 여소야대 정국과는 달리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예고해 주는 사례인 것 같다.

○…평민당은 21일 상오 9시40분께 신순범총장 김영배총무 조세형정책위의장 등 3역과 김봉호 유준상 박실의원 등 6명의 항의단을 김재순의장의 집무실로 보내 문제발언의 취소와 사과를 강력히 요청.

그러자 김의장은 김총무에게 악수를 청하며 『김총무 혼자만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 쳐들어왔느냐』고 인사를 건넨 뒤 『달라진 정국상황하에서 여야가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는가를 얘기한 것뿐인데 국회가 공전되는 것은 뜻밖』이라고 설명.

김총무는 『시간이 없으니 방문경위부터 말하겠다』고 운을 떼면서 『어느 당에 속하든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의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의 개회사를 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와 취소를 요구.

김총무는 지난 88년 5월30일 13대국회 개원 당시의 개회사와 이번 개회사 내용까지 비교하면서 『두려움을 느낄 만큼 신비스럽다던 「황금분할」이 하루아침에 「다수여당과 소수여당」으로 돌변했는데 의장의 주관적 해석을 개회사에 넣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고 조세형정책위의장도 『민자당 당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공개석상에서 편파적인 지지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흥분.

반면 김의장은 『한쪽에 치우친 문맥이 절대 아니다』면서 『동쪽에서 뺨맞고 왜 서쪽에서 탓하느냐』고 오히려 불쾌감을 표시.

김의장이 계속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자 신총장과 김ㆍ유ㆍ박의원은 『힘에 의한 정치가 횡행할 때 국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

분위기가 다소 긴장된 가운데 김의장은 『밤낮 인민재판만 하려면 되느냐』고 반격하는 듯한 어조로 대꾸한 뒤 『달라진 정국구도하에서 여야가 성숙한 정치를 해나가야겠다는 바람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오늘은 이만하고 나에게 맡겨달라』고 해 평민당 항의단은 일단 철수.

○…민자당은 국회 개회벽두부터 파란속에 공전사태를 빚고 있는 모습이 거대여당 출범의 그늘진 면과 오버랩돼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질까 우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기다릴 것』이라고 여유있는 모습.

그러나 김동영총무는 이날 상오 김재순의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신당이 출발한 후 첫 국회부터 파란을 빚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져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유감」 표시 정도라도 해달라』고 요청.

김총무는 이어 상ㆍ하오에 걸쳐 총무단과 민자당 소속 국회 운영위원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숙의하는 등 「중재」와 「작전수립」을 병행.

민자당은 상오 10시께 김의장과 평민당과의 접촉이 무위로 끝나버리자 상오 11시께 총무단과 운영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1차로 대책을 논의했는데 신경식부총무는 발표를 통해 『우리 당은 끝까지 기다릴 것이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수당의 힘과 숫자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짐짓 엄숙한 언급.

신부총무는 이어 『일부 의원들은 「평민당이 투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계획적으로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며 강경대응을 주장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고 소개.

○…평민당은 하오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연기된 가운데 총재단회의에 이어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본회의 참석여부를 놓고 격론.

이날 의총에서 조홍규의원은 『김의장이 민자당을 대표하는 사람도 아닌데 극한투쟁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본회의 참석을 유도했고,이에 이영권의원등이 동조.

그러나 박석무 정상용 정균환의원 등은 『일당독재로 국회를 운영하려는 데 들러리를 서주는 것밖에 안된다』고 주장하며 김의장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장.

주로 초선의원들이 발언에 나선 이날 의총에서 양성우의원은 『한번 결정했으니 결연히 나가자』고 얘기한 반면 이희천ㆍ강금식의원 등은 『무작정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만이 상책일 수 없다』며 신축적 대응을 주장.

결론 유도를 위해 맨나중에 나온 김대중총재는 『2월 국회의 중대한 의미에 비쳐보면 김의장 얘기는 큰 관심거리가 될 수 없다』고 의미를 축소한 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

김총재는 『이 문제는 김의장 개인에게 따질 게 아니라 민자당 총무단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해 표적이 민자당으로 바뀌었음을 지적한 뒤 『본격적인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이 문제를 곧 매듭짓고 본론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공전이 빠르면 22일중 해결될 것임을 시사.

김영배총무는 『수석부총무 접촉을 통해 김의장 발언이 민자당 의사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한 뒤 『개인 의견일 경우에는 내일 본회의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 22일 본회의 속개를 희망.<신효섭ㆍ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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