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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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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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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두자.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다. 여소야대나 여대야소나 그게 그거라는 뜻이다.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고 황금같은 회기의 하루를 까먹었다. 화를 돋운 쪽이나 화를 터뜨린 쪽이나 피장파장인 셈이다. 회기 닷새를 연장하려 총무회담에서 입이 부르트더니 꼴은 우습게 되었다. ◆정치인은 영예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영욕의 갈림을 순자는 준엄하게 들려준다.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영예롭다. 이익을 앞세우고 의로움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치욕을 받는다. 영예로운 사람은 언제나 형통하나 치욕된 자는 궁하다. 형통하면 남을 제압하지만,궁하면 남에게 제압당한다」 영욕의 갈림은 이토록 분명하다. ◆국회의장이란 그 자체로 영예로운 자리다. 따라서 그만큼 권위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웬걸,정작 그렇지가 못하다. 이번 임시국회 소동도 국회의장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초연하게 의장다운 말씀을 못하고 구차하게 거대여당의 당위론을 개회사에 담았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 자신의 이를 앞세웠다는 인상이 당장 드러난 것 같아 뒷맛이 떫다. 「황금분할」의 찬양론은 언제이며 「희망과 신뢰」론은 왜 갑자기 솟아 나왔는지 어리둥절하다. ◆고함을 지르며 의사당을 뛰쳐나온 야당의 모양도 별로 달갑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회라는 데가 본디 토론의 마당이다. 귀에 거슬리더라도 참고 들은 뒤에 논리와 웅변으로 개회사를 반박하고 의장의 얼굴이 머쓱할 만큼 다그쳤으면 항변의 효과는 훨씬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으며 야당의 영예가 한층 빛났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이해 따지기엔 몹시 날카로우면서 영욕은 뒷전에 미뤄 두려는 한심한 작태를 자주 노출시킨다. 남을 제압하는 길은 힘도 목청도 억지도 아니다. 오로지 의로움을 따를 때 정치의 정도가 열린다. 소인배 정치는 이제 정말 신물이 나고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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