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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관이 드러내 보인 「경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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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관이 드러내 보인 「경찰」(사설)

입력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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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경찰서의 수사계 송치담당인 한 경찰관이 6년동안 송치사건 수사기록 57건을 빼돌려 자신의 집에 보관했고 이들 사건과 관련된 압수품 2백20만원어치를 착복한 사실이 검찰에 의해 뒤늦게 적발됐다고 한다.「어물전의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옛말도 있고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시냇물을 흐려놓는다」는 속담도 있기는 하지만,13만 경찰관중에 아직도 이같은 경찰관이 끼어있었다니 먼저 부끄럽기 짝이없다.

가뜩이나 지난 한햇동안 각종 비리ㆍ부정ㆍ불법행위를 저지를 공무원들이 1만1천7백여명을 넘어,최근 4년 만에 공무원범죄가 2배이상 늘어났다는 판국에 한 순경의 악랄하기 그지없는 범죄행위까지를 보면서 우리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쩌다가 이토록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는가를 심각하게 돌이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변혁기에는 으레 공직자들이 흔들리기 쉽다지만 독직격증 양상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

「어물전의 꼴뚜기」만도 못한 범행경찰관이나 공직을 사욕을 위한 범행도구로 생각하는 저질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차라리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다만 일반 공무원조직이든 경찰조직이든 한 나라의 공복들이 공무를 집행하는 정부기구의 구조가 범죄꾼과 다름없는 저질공무원들이 기생하리 만큼 조직관리가 허술하고 감시와 감독기능이 소홀하다면,그야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암담하기만 하다.

의아한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한 사람에게 10년 가까이 같은 일을 맡겨놓은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다. 그 순경은 80년 12월부터 지난 4일까지 송치업무만 해왔다고 하지 않는가. 물도 고여만 있으면 썩는다는 것이 이치인데 그 순경에게는 왜 순환보직제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경찰의 인사관리가 조그만치라도 정상적이었다면 「한 사람,한 자리 10년」과 같은 인사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경찰서에는 엄연히 감찰계가 있어 자체감독을 하고 있으며 서울시경과 치안본부에도 감찰기능이 있다. 더 높은 차원에는 감사원의 감사가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한 순경이 사건기록 송치서류를 통째 빼돌리고 압수금품을 가로채는 식의 원시적인 범죄행위를 6년동안이나 하는데도 무사할 수 있었고 그 서슬퍼런 감사기능은 왜 낮잠만 자고 있었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는 측면이 너무나 많다.

만에 하나 이같은 범행이 경찰조직의 구조적 결함이나 인사정책의 부조리 또는 감독기능이 말단조직까지 못미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런 유형의 범행이 다시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경찰은 이 경찰관이 사건을 백지화하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는지를 캐는 식보다는 어떻게 이런 범행이 가능했는가 하는 내부조직에 대한 점검과 감독기능상의 문제점을 분명히 파악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줄 것을 우리는 당부하고 싶다. 경찰조직의 재정비와 경찰관 개개인들의 사명감 회복으로 「경찰위상」을 새롭게 하는 일은 경찰중립화의 대전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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