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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원의 고뇌/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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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원의 고뇌/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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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대 도시에 설치된 「부당임대료신고센터」에서 세입자들의 애환이 담긴 하소연과 신고를 받고 있는 국세청 공무원들은 오랜만에 세입자편에서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보람도 느끼는 듯했지만 표정들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전날에 이어 21일에도 불티나게 걸려오는 세입자들의 하소연성 전화에 바쁜 일손을 놀리면서도 같은 집없는 샐러리맨으로서 동병상련도 느끼고 전세파동의 심각성도 새삼 피부에 와닿는 듯한 모습이다.

보증금을 1년사이에 4배나 올려달라든지 아무런 상의조차 없이 다른 사람과 계약,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의 신고를 받았을 때는 동정을 떠나 분노까지 느꼈다고 한다.

또 아직은 몇건이 안되지만 몇집이나마 조정을 통해 집주인과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한 뒤에는 고생의 보람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세무서라면 돈깨나 있는 사람만이 들락거리는 곳이라는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평생동안 찾아올 일이 없는 집없는 서민의 마지막 기댈 곳이 됐다는 점에서는 공무윈이 된 이래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동정과 보람의 감정은 순간이고 국세청이 왜 이번 전세파동에 끼어들어야만 했느냐는 현실을 곰곰 생각해보면 한심한 생각도 들어 표정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세문제가 탈세와는 거리가 먼 세무서 영역밖의 일이고 오히려 가깝다면 건설부나 서울시 기획원의 소관사항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부처 어디를 찾아봐도 주택문제 특히 전ㆍ월세라는 생존의 급박한 사정을 전담해서 다뤄주는 부서가 없어 세무서가 그 역할을 맡아야만 하는 현실이 답답한 것이다.

서영택국세청장이 지난 19일 일선 세무서장을 모아놓고 부당임대료 인상 조사를 지시했을 때 일선 세무서장들은 행정상의 어려움이나 후유증 내지는 부작용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었다는 후문도 있다.

국세청이 나서자 일단 급한 불은 잡히는 듯하지만 「지푸라기도 잡고 보는 심정」으로 세무서를 찾는 민초들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주택청이라도 신설하라」는 강한 욕구가 담겨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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