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하오 2시 서울형사지법 424호 법정에서 열린 속임수 바겐세일사건 선고공판, 사기혐의로 기소된 유명백화점의 부장급 실무자 6명이 선고결과를 기다리며 법대앞에 서 있었다.1년여 동안 14차례 공판이 열릴 때마다 검찰과 변호인측의 공방이 불꽃을 튀긴 재판답게 재판부는 1시간여에 걸쳐 장문의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재판부가 『백화점들이 실시한 변칙세일은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며 6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 때 백화점 실무자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죄는 지은 것 같으나 적용법규가 없어 풀려난다는 착잡함과 면구스러움 때문인 듯 싶었다.
환호성과 박수도 없이 「죄없는 죄인들」은 총총히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도 개운치 않은 듯 판결문을 낭독한 뒤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기소됐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했지만 사기죄 성립여부를 따지다보니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례적으로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재판장은 동료판사들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고 현직법관인 부인(서울고법판사)과 법률적 논쟁까지 벌이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는 기소된 사건의 혐의내용만 법조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여론은 국민들의 법감정이 무시당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백화점들이 계속 이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경제기획원에 의해 고발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는 결론인 셈이다.
소비자단체들이 『이번 판결은 합법적으로 사기세일을 할 수 있게 조장해준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백화점은 판결 직후부터 구내방송을 통해 무죄선고를 받은 사실을 자랑하면서 『안심하시고 물건을 사시라』고 낯두꺼운 판촉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사범을 경제기획원의 고발이 있어야만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한 현행법의 맹점과 경제기획원의 아리송한 태도는 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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