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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기망인가(장명수칼럼: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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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기망인가(장명수칼럼:1335)

입력
199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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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 바겐세일을 하다가 사기죄로 기소됐던 서울시내 6개 백화점의 실무자들이 19일 서울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소비자들 사이에 거센 반발이 일고있다. 판결문과 재판부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이들 백화점의 변칙세일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소비자가 백화점의 기망행위에 따른 착오로 재산상손해를 입어야 하는데,소비자의 상품구입 동기는 세일여부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품질ㆍ필요성ㆍ구매능력 등을 감안한 것으로 인정된다. …변칙세일이 비난 가능성이 크다하더라도 백화점이 처벌을 받아야지 피고인들이 처벌을 받을수는 없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면 당연히 형사처벌이 가능했으나 사기죄성립 여부를 따지다보니 무죄를 선고할수 밖에 없었다…>

상식으로 법리를 따지고자 하는 일반소비자들은 거듭거듭 「무죄이유」를 읽으면서 크게 「기망」 당한듯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백화점들로부터 기망당하고 이번에는 백화점들이 선임한 유능한 변호사들,법리에 얽매인 재판부,절차를 내세워 고발을 거부한 경제기획원,「무능」한 검찰에게까지 두루두루 기망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그 불쾌감은 「기망」이란 아리송한 용어에서 시작됐다. 우리말사전에는 「기망」의 뜻이 「기만」 「남을 그럴듯하게 속여넘김」이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속임수세일」이란 그 자체가 기망행위다. 1백19만원에 팔던 코트에 2백38만원짜리 정가표를 붙이고 50%할인하여 1백19만원에 파는 것처럼 속인 행위,그것을 대대적으로 신문에 광고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킨 행위가 기망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이 기망인가.

소비자들에게도 물건의 품질과 가격 등에 대해 판단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상품들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때문에 소비자들은 유명백화점ㆍ유명메이커의 상품을 보다 더 신뢰하고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유명백화점들의 속임수세일은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유혹함으로써 매상과 이득을 높였다는 점에서 공신력을 저버렸을 뿐아니라 명백한 사기행위이다.

경제기획원의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백화점의 세일기간위반 등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백화점들은 시정과 위반을 거듭하며 법규를 교묘하게 피해왔다. 그런데도 기획원이 이번 사건에서 『가격속임수는 처음 적발된 것이고 백화점들이 곧 시정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고발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 2심을 준비하기 바란다. 재판을 상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처벌없이 끝나서는 안된다는 국민의 상식을 검찰은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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