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대북한 압력강화 신호」분석/모스크바뉴스지 김일성비난글 게재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대북한 압력강화 신호」분석/모스크바뉴스지 김일성비난글 게재의미

입력
1990.02.21 00:00
0 0

◎“김은 인민학살 독재자”/교포글 요약 게재… 관영지선 사상 처음/이상조씨 회견 요청도동구변화와 한국의 북방정책이 맞물려 한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사회주의국가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련과 중국의 한반도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하는 조짐들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은 20일 중국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김일성에게 한국과 「정치적 관계」를 수립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으며 소련 외무부대변인 겐나디ㆍ게라시모프는 19일 한국의 한소 외무장관회담제의를 수락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이들 두나라가 한국과 가까운장래에 정식외교 관계를 수립할 뜻을 분명히 했다는데 그 중요성이 있지만 종국적으로 양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두개의 한국정책」으로 발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와 관련,소련의 개혁정책을 대변해온 모스크바뉴스지는 소련 언론사상 처음으로 북한 김일성체제를 신랄히 비판하는 글을 실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편집자주>

소련의 권위있는 관영주간 모스크바 뉴스지가 소련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김일성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와 같은 「인민학살 독재자」로 규정한 재소 전북한요인의 글을 게재,소련의 대북한 정책변화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모스크바뉴스지는 최근호(2월14일자ㆍ영어판 발행)에 재소한인 우제국씨(63ㆍ작가)의 북한방문기와 함께 이방문기의 김일성 찬양내용과 김일성체제를 신랄히 비난한 전내무성 부상(차관) 강상호씨(82ㆍ레닌그라드거주)의 글을 동포신문 레닌기치지에서 나란히 요약,전재했다.

지난 1월5일 소 알마아타시에서 발행되는 레닌기치지에 실린 강씨의 글은 우씨가 지난해 11월30일 레닌기치에 기고한 「잊지못할 상봉」이란 제목의 북한방문기가 북한측향응과 적극 선물공세에 현혹돼 북한현실을 왜곡,미화했다고 비난하면서 김일성 독재를 비판하고 있다.

강씨는 이글에서 특히 『위대한 수령ㆍ인민의 어버이를 자칭하고 있는 김일성은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인민학살독재자』라고 규정하고 『루마니아 독재가 차우셰스쿠의 패망에서 보듯이 독재자의 말로는 같다』고 결론지었다.

모스크바뉴스지는 두 재소한인의 글을 비슷한 분량으로 요약,게재하면서 『우리는 어느 한쪽의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일견 객관적 입장을 취했으나 『동구의 변혁과정은 실상을 왜곡한 정보는 언젠가는 부정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논평,보도의도가 김일성체제 비판을 부각시키는데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보도는 동구권의 민주화혁명이후 북한의 변화여부와 소련의 대북한정책변화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재소한인간의 묵은 논쟁을 새삼 보도,북한과 동구변혁을 연계시키고 있어 특히 주목된다.

소련은 북한에 대해서도 개혁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관영언론이 북한체제비난은 물론,동맹국가원수인 김일성을 「인민학살독재자」로 규정한 글을 보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일뿐아니라 얼마전까지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따라서 모스크바뉴스지의 이 보도는 소련이 김일성정권에 대해 획기적인 정책변화를 결정했음을 국내ㆍ외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선언한 극히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소련의 대북한정책변화를 알리는 또다른 조짐은 모스크바 뉴스지가 최근 소민스크시에 살고있는 전북한군 부총참모장 이상조장군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사실이다.

이씨 가족에 의하면 모스크바 뉴스지는 소망명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김일성독재와 6ㆍ25도발책임을 비난한 이씨와 2월말이나 3월초께 예고르ㆍ야코블레프 편집장이 직접 인터뷰를 갖겠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망명이후 소련언론에 언급된 적이 없다.

이상의 두가지 사태발전은 소련이 대북한압력을 공개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김일성비난 기고문의 필자 강상호씨는 소련태생의 소련군장교 출신으로 지난 45년 소련군 북한진주시 북한으로 입국,북한정권 수립에 참여해 내무성 부상을 지냈으나 지난 60년 김일성독재에 반대해 소련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북한 방문기 「잊지못할 상봉」의 필자 우씨는 타시겐트시에 거주하는 소련태생 한인으로 지난해 4월 북한예술부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열린 제7차 「4월의 봄」국제친선예술축전 참가차 약1개월간 북한을 방문했었다.

우씨는 이방문기에서 평양 고려호텔 서해갑문등 북한의 발전상을 찬탄하면서 「아시아동쪽에 위대한 수령을 모신 조선이란 나라가 있음을 잿더미속에서 일어선 낙원도시 평양이 있음을 알고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라는 등 김일성체제를 찬양했다.

우씨는 『참으로 문명한 나라라고 느꼈다』며 북한여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고 선물구입비용으로 북한돈 2백원을 받았다고 전하고 『이런신세를 어찌 잊으랴』고 썼다.<모스크바=강병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