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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이 자제 해야할 일(이성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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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이 자제 해야할 일(이성춘칼럼)

입력
199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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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각국등 선진민주국가들의 여야당등 대정당들의 강령이나 정강정책을 보면 그 내용이 매우 소박하고 단조로운 점에 놀라게 된다. 어느 정당의 경우 창당한지 1백년이 넘고 또 집권경험이 풍부한데도 민주주의나 민주정치라는 표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이상한 느낌마저 준다.반면 정치적으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의 정당,특히 집권당의 강령과 정강정책을 보면 거창하고 화려한 표현에 눈이 부실지경이다. 도처에 민주,자유,인권,복지라는 말들을 요란하게 늘어놓아 멀지않아 자유와 복지의 낙원을 건설해 놓을 듯이 호언하고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는 장식이요 말뿐이지 실제는 정반대다. 집권자들은 자신이 손질한 헌법까지 멋대로 유린 해가며 독재와 장기집권을 기도하는등 불법과 횡포를 저질러 온 것이다.

한마디로 빈수레가 요란하다고나 할까. 선진국 정당들은 국민들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면서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민주주의 민주정치를 조용하게 실천하는데 반해 후진국 대정당들은 민주주의라는 이름만 빌려 국민의 뜻은 애시당초 무시한채 반민주적행위를 식은죽먹듯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후진국정당들의 행태는 우리현대사에 있어 매우낯익은 얘기다. 즉 건국이래 제2공화국은 제외하고 6공이전까지의 역대 집권당들­자유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 등이 바로 장본인들이다. 이들 집권당들의 창당선언문,강령,정강정책과 중요선거때마다 내걸었던 공약을 보면 세계어느나라 대정당들의 그것과 비교해봐도 뺨칠정도로 다채롭다.

그들은 출범때 마치 자신들만이 민주와 자유와 인권의 화신인양 기치를 올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다짐과 약속은 헌신짝버리듯 외면했다. 자유당은 장기집권을 위해 천인공노할 3ㆍ15부정선거를 자행하고 공화당은 유신독재체제로 치달았으며 특히나 사회정의를 유별나게 외쳤던 민정당은 불법과 비리정권의 여당역을 맡았던일은 국민이 잘알고 있는 사실이다.

집권때 그토록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지닌 초거대 여당이었던 자유ㆍ공화ㆍ민정 등 3정당이 끝내 파산과 실패로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몰락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공통원인을 꼽자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또 국민의 뜻과 다른길을 걸어간점을 들어야할 것같다.

한국정당사상 처음으로 여야3당이 통합,하루아침에 원내의석 3분의2를 상회하는 초거대 신당­민주자유당이 통합을 선언한지 한달을 맞고있다.

대체로 갑작스런 통합과 그후 민자당의 생성과정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당수뇌와 핵심간부들이 강조하는 「신사고」「새로운 태세」「과거통념에서 탈피」「시대를 뛰어넘어야」「2천년을 향한 개혁」등 새로운 표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것 뿐이랴. 민자당이 창당선언문ㆍ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ㆍ강령 및 정강정책등에서 제시한 참다운 민주발전,경제정의실현,국민의 자유와 권리보장,책임정치구현,건전사회이룩,법치확립,복지증진등 각종공약에 대해서도 아직 실감을 못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공약은 지금까지 역대집권당으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어렵고 중요한 과제들을 앞으로 얼마만큼 정직하고 성실하게 국민이익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실천,구체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정국안정ㆍ경제회복ㆍ통일대비라는 3당통합의 당위성도 또 민자당이 말한대로 공허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정당임을 차츰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자당은 이같은 공약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집권당으로서 갖춰야 할 선결요건이 있다. 즉 자생력ㆍ자정력ㆍ자조력이 그것이다. 이같은 선결요건의 준수ㆍ실행여부야말로 민자당의 성패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필자는 역대 집권당이 실패했던 결정적 요인들을 거울삼아 민자당이 자계하고 엄수해야 할 몇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을 하늘처럼여겨 모든 국정과 정치를 국민의 뜻에 따라 추진하며 약속은 무슨일이 있어도 성실하게 지키는 일이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날부터 민심은 떠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지난날 거대 여당에서 으레 생겼던 권위주의 관료주의가 부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를 막지못할 경우 경직된 당운영으로 시대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할뿐더러 나태와 타성과 부패를 낳게 마련이다. 셋째 당내민주화를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언로를 자유스럽게 소통시켜 하의상달을 통해 모든 당원들의 참여의식을 고양시키는게 중요하다. 아울러 지구당위원장에서부터 총재에 이르기까지 당원이면 누구나 나설 수 있는 철저한 자유 경선으로 민주화를 수범해야 한다.

지난번 의총에서 총무를 만장일치로 인준한 것은 국민이 볼때 지극히 구태의연한 방식이었다. 박수에 의한 만장일치가 무작정 단합은 아닌 것이다.

넷째 정치자금의 독점을 스스로 사양하고 양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자민당­경단연의 유착을 들어 장차 민자당과 재벌의 밀착ㆍ결탁을 의심하는 눈이 많은 만큼 떳떳하게 합리적인 모금과 사용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양성화 공개화하여 깨끗한 정치애 수범을 보일의무가 있다. 다섯째 참신한 감각과 의욕을 가진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세대교체를 부단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정당의 활기와 생명은 새물을 끊임없이 갈아넣는데 있다.

여섯째 과거 거대집권당시대 때마다 국회가 자동적(?)으로 무력화하여 정부의 시녀또는 통법부로 전락하는 일을 민자당이 스스로 막아야 한다. 오히려 행정부를 견제,감시할 수 있게 국회권능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말로만 그치지말고 건전야당 육성에 성의껏 도와야 한다. 건전한 비판세력의 건재는 민주발전의 필요 불가결한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같은 사항들은 통합후 처음맞는 1백48회 임시국회가 예비실험장이 될 것이다. 민자당이 과거의 집권당처럼 수백만명의 당원수와 막강한 영향력에 도취된채 타성과 오만한자세를 보일 것인지,또는 개미의 움직임에도 겸손하게 신경을 쓰는 성실한 곰이 될 것인지 국민은 침묵속에 지켜볼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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