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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권자들의 선택(장명수칼럼: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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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권자들의 선택(장명수칼럼:1334)

입력
199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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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ㆍ18일본 중의원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자민당이 압승했을뿐 아니라 리쿠루트 스캔들로 물의를 빚었던 인물들이 대부분 다시 당선됐다는 것은 정치라는 간단치 않은 세계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간단치 않은 시각을 잘 드러내준다. 정치인들은 어느정도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어느정도로 부패하고 무능하고 비윤리적일때 유권자들로부터 영원히 버림받게 되는가… 라는 문제는 사실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7개월전 참의원선거에서 도이ㆍ다카코가 이끄는 사회당이 「도이돌풍」을 일으켜 자민당을 눌렀을때 세계의 언론들은 『일본인들이 더이상 일본식의 금권정치를 용납하지 않게 됐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잇달아 새내각의 총리와 장관이 여자관계추문으로 물러나자 『드디어 일본유권자들도 정치인에게 서구기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해설이 설득력을 갖게되었다. 일본인들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선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하게 돈과 여자관계를 문제삼지 않는 정치행태에 머물러 있다가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7개월전 자민당을 혼비백산하게 했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에게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넉넉하게 확보해 줌으로써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나카소네전총리를 비롯한 리쿠르트스캔들관련 입후보자들은 16명중 15명이 당선됐고,여성스캔들로 물러났던 우노 전총리와 야마시타 전관방장관도 당선됐다.

이같은 선거결과는 자민당의 인기때문이 아니라 야당의 집권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결과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정치인들의 스캔들에 대한 일본유권자들의 의식이 정치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치관으로 고정되지 않고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언론들이 사건을 수사하듯 게리ㆍ하트의 여자관계 등을 폭로하여 대통령후보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한국에서는 5공 청문회와 전직대통령의 백담사행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는 대변혁을 지켜보면서 일본국민들도 해묵은 정치비리에 자존심이 상하여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빈대가 미워 초가삼간을 태울 생각은 없고,국제경세가 크게 요동칠수록 보수로 대응하려는 유연함을 보이고 있다. 여당을 한번 혼내주었으니 이제는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자세다.

정치인들이 다른 직업인들에 비해 깨끗하고 정직하고 도덕적이라고 믿는 유권자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한편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깨끗하고 정직하고 도덕적이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번 일본선거의 결과는 우리 유권자와 정치인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우리풍토에 맞는 정치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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