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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기금」싸고 정부내 논란(심층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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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기금」싸고 정부내 논란(심층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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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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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ㆍ관할 다툼에 근본 시각차도/“소모 안되게 경제교류만” 기획원/“민족적 현안… 「일반」에도” 통일원 용도/기획 “정부사업 산적 시간두고 검토를”/통일 “관계급변 예측못해… 서둘러야”/시기/국무총리실 조정단계… 통일원 입장 많이 반영될 듯지난 8일 남북체육회담이 결렬되고 다음날인 9일 북한측이 팀스피리트훈련 기간중 모든 회담의 중단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남북대화는 당분간 침체기에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소련과 동구 등 공산권의 개혁ㆍ개방 등에 따라 조만간 북한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판단아래 대비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정부ㆍ여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1년동안 국회에 계류중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남북교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또 남북교류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남북교류기금을 설치키로 방침을 세우고 2월 국회통과를 목표로 기금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교류기금 설치는 경제기획원과 통일원의 견해충돌로 단일법안이 확정되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기금법안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돈줄을 쥐고있는 경제기획원과 주무부처인 통일원이 기금의 성격을 놓고 팽팽히 맞서 정부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경제기획원과 통일원은 당초부터 각기 3천억원정도의 기금설치계획을 구상,청와대업무보고에서 따로 보고를 하는등 같은 목적이지만 처음부터 출발을 달리했다. 결국 기금법안을 사이에 둔 양부처의 줄다리기는 해당부처간 직접협의의 범위를 넘어 국무총리실이 조정을 위해 개입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양부처가 구상하고 있는 기금법안의 차이점과 2월 임시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등을 살펴본다.

▷남북기금논란배경◁

남북교류기금 설치의 필요성은 동구권의 변화와 동서 신데탕트의 대두로 남북관계개선의 가능성이 심도있게 논의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남북교류기금설치가 정부내에서 공식 거론된 것은 지난해 11월15일 총리실이 주재한 대통령공약사업추진회의에서였다.

이후 11월28일 이홍구통일원장관은 국회답변에서 『남북교류기금설치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혀 기금설치계획이 처음 공개됐다.

남북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금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으나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정부내에 상당한 견해차이가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온 남북교류기금의 용도는 크게 보아 경제교류에 대한 지원과 일반교류에 대한 지원으로 나뉜다.

이러한 용도를 어떻게 구분하고 결합하느냐에 따라 기금의 성격이 달라지고 이에 맞추어 기금의 주무관장부처도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내 논의는 쉽게 결말지어지지 않는 것이다. 즉 경제기획원은 기금이 남북경제교류지원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통일원은 경제교류는 물론 학술ㆍ문화 등 일반교류를 지원하는데도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또한 남북교류지원도 대내ㆍ대외경제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용적 입장(경제기획원)과 남북문제는 민족최대의 현안인만큼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명분론적 입장(통일원)의 반영이어서 정부내에서도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양부처의 입장◁

경제기획원은 기금이 소모성일 수 없다는 원칙을 들어 남북교류기금이 남북간의 일반교류에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기금은 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자생력을 지녀야하는데 남북교류기금이 이산가족 왕래나 학술ㆍ문화지원 등에 무상지원될 경우 손실분을 정부예산으로 채워야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금이란 세입세출예산외에 별도 계리할 필요가 있을 때만 설치한다는 예산회계법의 정신에 어긋나서도 안된다는 주장이다. 경제기획원은 따라서 남북교류기금이 경제교류지원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것도 무상지원이 아닌 장기저리융자 형식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산가족왕래나 문화ㆍ학술교류 등에의 지원은 일반예산을 편성,실시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반해 통일원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비경제교류의 지원을 일반예산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일반예산으로는 경직성때문에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원활히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일원은 기금의 원금이 잠식되지 않아야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산가족왕래나 학술ㆍ문화교류 등의 지원은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적용하는 동시에 민간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두면 어느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용도와 관련된 문제이기는 하나 기금의 관장부처에 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경제기획원은 기금을 경제교류 지원에만 한정하고 관리는 당연히 경제부처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한 남북경제교류를 지원하기 위해선 실무적으로 경제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통일원은 기금이 종합적 성격을 띠어야한다는 입장일 뿐 아니라 설사 경제교류지원에 국한한다 하더라도 남북경제협력및 교류는 단순한 경제문제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일원은 또 북한경제등 남북문제와 관련된 각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을 하는 부서가 바로 통일원인데다 남북문제에 관한 정부내 창구일원화 방침에 비추어도 기금관리는 통일원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금설치의 시기에 대해서도 양부처는 약간의 견해차이를 보인다. 경제기획원은 현재 남북관계가 가시적인 개선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반면 국내적으로 시급하게 예산을 확보해야하는 정부사업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들어 기금설치를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원은 이에 대해 남북교류기금은 수년간 3천억원 가량을 적립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남북관계변화가 어떻게 급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주장으로 반론을 편다.

또한 남북교류기금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통일정책실천의 의지를 나타낸다는 측면도 강조한다.

▷추진경과와 전망◁

통일원은 노태우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직전 노대통령에게 남북교류기금 설치계획을 보고했고 이후 1월중순께 기금법안을 위한 관계부처회의도 열렸으나 양부처의 의견이 조정되지 않아 청와대업무보고때 각기 다른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업무보고에서 경제기획원은 기존입장대로 「남북경제교류협력기금」을 설치하겠다고 보고했고,통일원은 남북경제교류협력지원및 손실보전,자연재해공동구제,남북간 인도ㆍ학술ㆍ문화교류 등을 지원하기 위한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기금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 10일을 전후해 다시 경제기획원 통일원 등의 실무협의를 두차례 가졌으나 견해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이 문제는 국무총리실의 조정단계로 넘어갔다.

정부ㆍ여당은 최근 당정회의를 열고 남북교류에 관한 업무의 창구를 통일원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남북교류기금 설치문제는 일단 통일원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양부처의 협의에 따라 남북관계를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로 인식하면서도 기금의 일반적성격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기금의 조성과 운영방식이 절충될 것으로 예상된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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