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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들 변화보다 안정 택했다(90년대 일본의 선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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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들 변화보다 안정 택했다(90년대 일본의 선택:상)

입력
199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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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변혁등 안팎 격동에 “불안”/보­혁 더 뚜렷… 정국운영 힘들듯/소비세문제ㆍ정치개혁ㆍ정계개편이 “발등의 불”90년대 일본의 정치결전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중의원총선에서 집권자민당이 보여준 예상밖의 선전은 일본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에도 「이변」으로 충격을 주고있다.

선거일 공고당시만 하더라도 자민당의 대패가 예상돼 과반수의석의 확보마저 불투명했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불과 15일간의 선거운동으로 반전을 이룩,안정다수를 넘는 2백75석을 유지하게 됐다는 것은 일본국민이 아직 자민당을 떠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깨닫게 해주고 있다. 해산당시의 의석수 2백95석에는 미치지 못한다하더라도 이번 총선이 자민당의 낙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때문에 정치평론가들은 「일본국민들은 90년대의 정치선택으로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국민들이 지난 35년간의 자민당집권에 그만큼 안주,순치돼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국민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것은 우선 일본국민들의 전통적인 보수성향에다 지난한햇동안 계속된 국내정국의 불안이 안정심리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한햇동안 일본정국은 리크루트 스캔들과 참의원중간선거에서의 자민당 대패는 다케시타(죽하)­우노(우야)­가이후(해부)로 이어지는 3차례의 정권붕괴를 경험,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는 경우엔 여야의 바통 터치라는 최악의 혼란을 맞는다는 점에서 일본국민들은 자민당을 주저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에 안정다수를 확보해주면서도 강력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것은 사회당의 대약진으로 표현되는 혁신세력의 신장세이다. 이에 따라 공명ㆍ민사당등 중도세력과 극좌인 공산당은 크게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국민들이 안정을 선택한 이유가운데 또하나는 격동하는 국제정세에 따른 불안심리를 들수있다. 지난해 동구에서 치솟은 민주화의 불길은 타이밍맞게 이번 선거운동 기간중에 열린 소련공산당 중앙위에서 그피크를 맞았는데 이같은 상황이 자민당이 선거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체제의 선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자민당은 일본 국민들에게 「자유주의인가,사회주의인가」라는 체제의 선택을 촉구하면서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권을 야당에게 넘기는 것이 정치의 상도』라고 위기의식을 심어주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이같은 자민당의 체제선택론은 사회당을 비롯한 야당의 선거구호인 소비세폐지,리크루트 스캔들 청산,농산물수입자유화 반대등 소위 「3점세트」공격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자민당으로서는 이번에 기사희생의 기적을 창출해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결과에서 보듯 공명ㆍ민사등 중도완충세력의 몰락으로 앞으로의 일본정국은 자민당대 사회당간의 보ㆍ혁대결의 구도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여 정국운영은 훨씬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물론 가이후(해부)총리의 계속집권으로 자민당 단독정권수립에는 문제가 없으나 참의원에서의 상황이 여소야대인점을 감안한다면 중의원에서 통과된 안건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 가이후총리의 리더십과 정치술이 기대되고 있는데 가이후총리가 자민당내 최소파벌의 출신으로 실제가 아니라는 약점때문에 그 한계가 노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의 정국은 다음 참의원중간선거가 실시되는 92년까지 불안이 연속될 가능성도 있는데 자민당으로서는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를 의식,야당과 대타협을 갖는 지혜와 슬기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이의 테스트 케이스로 선거의 큰 쟁점이었던 소비세문제가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비세의 완전폐지를 공약한 야당과 재검토를 내건 자민당의 주장이 어느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에 따라 일본정국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민당내 일부에서는 정국의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일부야당과의 부분연정,또는 부분연합 등의 정개계편론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는데 이 정계개편론은 앞으로 일본 정국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안정다수의 확보와 함께 일본 국민들에게 또하나 커다란 책무를 안겨받았는데 그것은 선거공약이기도 한 「정치개혁」이다. 이 정치개혁은 앞으로 2년후로 다가온 참의원선거를 겨냥해서라도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골치아픈 과제인데 자민당의 체질이기도 한 파벌정치와 맞물려 해결이 쉽게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은 리크루트스캔들의 마지막 청산이라는 점에서 예년의 선거에 비해 표면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본선거의 속성인 금권이 오히려 더 난무했다는 뒷얘기도 나돌고 있어 정치개혁의 제1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떻든 자민당의 계속집권으로 결말이난 이번 총선은 소련과 동구의 민주화움직임 후 자유세계에서 실시된 첫 선거라는 점에서 세계에 보내는 일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동경=정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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