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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론 “결백”…「공신력」문제 남아/「무죄」판결 백화점 사기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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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론 “결백”…「공신력」문제 남아/「무죄」판결 백화점 사기세일

입력
199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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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례 법정 공방… 검찰 항소뜻 밝혀/소비자단체들도 거센 반발/「쇠고기」사건 수사에 큰 영향 미칠듯지난해 2월 속임수 바겐세일사실이 드러나 불구속기소된 서울시내 6개 대형백화점 실무자들에게 19일 모두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그동안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둘러싸고 벌여온 검찰측과 변호인단사이의 유무죄공방은 1년여만에 일단 검찰측의 패배로 끝났다.

검찰이 수사초기단계에서 경제기획원측에 속임수세일을 한 백화점들을 공정거래법위반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한대로 됐다면 백화점대표의 처벌까지 용이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상급심에서도 무죄로 확정될 경우 고발의무를 소홀히 한 경제기획원은 재벌기업을 비호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된 셈이다.

법원이 허위광고에 따른 속임수세일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같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백화점의 가짜한우고기 판매사건에도 영향을 미쳐 수사자체가 큰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당초 지난해 9월20일 검찰이 관련피고인 6명 모두에게 각각 징역1년6월씩을 구형,한달뒤인 10월18일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담당재판부가 심리불충분을 이유로 선고를 연기한데 이어 검찰측도 추가증인신문을 위해 변론재개신청을 내는 등 선고공판이 두차례나 연기됐고 지금까지 모두 14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진통을 거듭해 왔다.

이 사건공판의 쟁점은 크게 보아 속임수 바겐세일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에 해당하느냐의 여부와 사기죄의 주체가 백화점이냐 아니면 매장내에 입주한 업체냐하는 점 등 두가지.

재판부는 이에대해 백화점이 입주업체들로부터 매상고에 따른 수수료를 많이 받기위해 허위가격을 기재한 과대광고를 신문에 낸 행위는 명백히 공정거래법에 어긋나는 범법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형법상 사기죄의 기망행위는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정도까지 이르러야 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구행행위에 있어 상식에 어긋날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는 볼수 없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공정거래법상의 구성요건은 갖추고 있지만 사기죄의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하는 대형백화점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속임수세일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과 처벌의 필요성 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소비자들이 상품구매시 직접 현실적인 필요성과 품질,가격,구매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착오상태에 빠져 물건을 구입한 것은 아니라는 법률적 해석인 것이다.

이제까지 대법원 판례도 상거래관계에서 상품의 질이나 수량을 속인 것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했으나 가격에 대해서는 사기죄를 인정치 않았는데 이번의 판결도 이를 그대로 고수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들에게 사기죄가 적용되지 않는다해서 변칙세일이 정당한 상행위라거나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제,『공정거래법으로 기소됐으면 당연히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건이나 사기죄 성립여부를 따지다보니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극히 이례적으로 무죄선고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해 허위 또는 과대광고를 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경제기획원장관의 고발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한편 「소비자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등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재래식 시장과는 달리 높은 공신력을 지닌 백화점에서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엄청난 폭리를 취한 행위를 실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대재벌기업을 고발하지 않은 경제기획원은 직무태만행위에서 탈피,지금이라도 백화점의 사기행위를 고발,엄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도 『불공정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못해 실무자급만을 처벌할 수 밖에 없는 사기죄를 적용했지만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에는 승복할 수 없다』고 항소할 뜻을 밝혀 이 사건은 앞으로 2심,3심까지 가며 계속 법률논쟁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이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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