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자와 밥 굶는 어린이… 양심에 거리껴”/미수에 청년 열정 쏟아/“신도들 벌써 관심 기뻐”/본사에 격려전화 빗발… “북한에도 쌀을”남아도는 쌀로 불우한 이웃에 사랑을 나눠주자는 운동에 미수의 노목사가 청년같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사랑의 쌀나누기운동」(한국일보사후원ㆍ한국일보 18일자 1면보도)을 발기한 서울 영락교회 한경직 원로목사(88)는 18일상오 영락교회 주일예배에 나와 『나의 입술과 손 발을 하나님의 도구로 다시 쓸수있게 힘을 준 은총에 감사한다』며 이웃사랑의 실천운동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지난17일 서울 남산교회에서 열린 발기인대회에서 대표로 추대된 한목사는 신도들이 벌써 큰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반가워 했다.
남한산성자락 사택에서 14년째 기도와 명상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한목사가 남다른 정열로 이 운동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이웃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쌀이 남아돈다고 술과 과자를 만들어 소비를 촉진하는 세태를 좌시할수 없어서였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농민을 도우며 정부 재정압박을 덜어줄수 있는 뜻깊은 운동으로 굳게믿고 있다.
한목사는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도시락을 못사고 쌀한줌에 우는 소년소녀가장이 많은데도 9년풍작에 남아도는 쌀은 막걸리ㆍ소주가 되고 그래도 창고에 남는 쌀은 쥐의 먹이가 되고있는 현실이 믿는 사람의 양심에 거리꼈다』고 말했다.
영락교회는 곧 정기당회를 열어 이 운동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예정인데 한목사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가끔 강단에 서 사랑의 쌀에 대한 설교를 하고싶다』고 이 운동의 전면에 나설 의지를 밝혔다.
18일 영락교회 신자는 물론 본지를 읽고 「사랑의 쌀나누기 운동」을 알게된 전국의 많은 교회신자들의 전화가 본사에 빗발쳤고 신자는 아니지만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일반인들도 많이 있었다.
『이번 운동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분열과 반목으로 할일을 다 못하고 일반사회로부터 질시를 받기도 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뜻도 있는 것』이라고 원로목사는 말했다. 그는 『이 운동을 계기로 기독교 전교파가 마음을 합해 스스로를 돕고 외부로는 전도도 이루는 축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한목사는 이번 운동은 사실상 평신도들의 주도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기인 대표에 목사들도 포함됐지만 한국교회평신도단체 협의회와 기독교실업인회 회원들이 주동이 됐고 총연합회의 사회분과위원회(위원장 이한빈장로)가 일을 맡았다. 정계 재계와 학계 문화계 언론계 사회단체 등의 장로ㆍ집사들이 발기인 2백60명에 다수 포함됐다.
운동본부는 기독교총연합회내에 사무국과 12개 분과위원회를 설치,전국교회를 중심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호응이 크면 북한동포와 아프리카 등 식량부족지역에도 쌀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목사는 『이 운동은 국민운동을 하자는게 아니고 사랑운동을 하자는 것입니다』라고 이 운동의 본질을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에서 제일 강조되는 사랑이란 남에게 나의 특별한 것을 주는가운데 표현되는 것』이라는 말로 원로성직자의 사랑론을 대신했다.
평양북쪽 평원군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숭실전문을 졸업,신의주에서 10년간 목사시무를 했던 한목사는 특히 이 운동이 큰 호응을 얻어 북한동포에게까지 사랑의 쌀을 나눠줄수 있게되면 한반도 전체가 사랑의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에 곧 설치될 성금창구가 사랑의 불길로 타오르길 바란다』며 원로목사는 축원하고 다시 기도를 위해 남한산성거처로 떠났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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