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제1백48회 임시국회가 시작된다. 이번 국회는 여소야대의 4당체제가 하루아침에 거대여당과 약체야당의 양당체제로 돌변한 이후 처음 소집되는 국회여서 전례없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듯 하다. 한마디로 거대여당인 민주자유당의 대국회 자세와 개혁의지를 실험하는 국회이기 때문이다.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회소집은 너무나 늦은 감이 있다. 동구권의 대변혁 속에 나라 안에서는 물가가 흔들리고 연쇄방화사건으로 어수선한 데도 여야가 정치질서 재편작업에만 매달려 이를 규명하고 대책을 논의할 국회상위 한번 열지 않았다는 것은 엄청난 직무태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야는 뒤늦게 열리는 이번 국회에서 경기회복 국민생활보호 치안대책 등 당면문제 해결에 각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이번 국회에선 민생문제 외에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지방의회의원선거법 광주사태보상관계법안 등의 입법 및 개정문제 등 중요안건과 여기에 야당의 3당합당의 부당성 공세까지 가세할 예정이어서 각당의 자세와 이에 따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국민들은 제헌이래 거대여당이 주도하는 양당제 국회운영에 대해 달갑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첫째 지난날 거대여당시대 때마다 국회는 예외없이 무기력해진 점이다. 입법부 본래의 행정부 견제와 감시기능은 저버리고 행정부의 시녀가 되어 통법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여당주도의 입법부 권능실추는 결국 행정력의 비대화와 행정만능시대를 초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는 다수의 힘을 바탕으로 독주와 일방통행을 식은죽 먹듯 해온 점이다. 대화와 타협정치는 말뿐이고 능률과 원칙만을 내세워 의안의 날치기 통과까지 자행하는가 하면 멋대로 국회를 장기간 휴회하는 횡포를 저지른 것이다. 셋째는 여당은 물론 의원들의 나태를 들 수 있다. 특히 의원들은 다수의석과 행정력에 의한 보호와 편의에 길들여져 민의를 외면하고 직무수행을 게을리한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넷째는 소수야당에 대한 철저한 무시자세로 오히려 극한투쟁을 유발,정국불안을 자초한 점이다.
이제 3당통합으로 원내의석이 3분의2를 상회한 민자당은 개헌을 비롯하여 무슨 일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민자당의 새 총무는 지난날 국회운영과 관련한 일그러졌던 집권당의 이미지를 철저히 불식,새로운 의회민주주의의 뿌리를 심는 역군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소속의원의 법안 자유투표제 그리고 소수야당의 의사존중을 유달리 강조하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자당이 말뿐이 아니라 바로 이번 국회에서부터 정치성 법안과 민생의안 심의에 있어 그야말로 정권유지와 수호의 차원이 아닌 개혁과 전진의 차원에서 국민의 소리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법을 고치고 대책의 수립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차제에 평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안락했던 4당체제에서 졸지에 왜소한 야당으로 바뀐 데서 오는 분노와 소외감은 일응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냉엄한 현실인 만큼 지난날 구태와 타성을 흔연히 떨쳐버리고 새 시대의 유일야당답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회활동도 무작정 반대와 강경투쟁을 탈피,건전한 비판을 통해 타당성 있는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는 새 시대의 야당이 되어야 한다.
비록 의석이 원내 3분의1이 못되지만 70석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신야당모임측과 협력을 통해 국정전반에 걸쳐 정부에 자극을 주고 채찍질하는 의정활동을 펴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날처럼 지역주의에 안주하거나 약자라고 국민이 무작정 지지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
국민은 오늘날 행정부의 시녀가 아닌 국회,무작정 강경투쟁만을 능사로 삼지 않는 국회,민주적 운영을 통한 생산적 국회를 고대하고 있음을 여야는 새삼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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