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의 여러가지 어려움 중에서도 집없는 서러움이 가장 큰 서러움이란 옛말이 있다.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내집에 강한 애착심을 갖고있으며 알뜰하게 저축해서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고 일단 집을 가진 뒤에도 조금씩 집규모를 늘려가면서 생활의 재미를 느끼며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도 삼아왔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전ㆍ월세값의 폭등을 비롯한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이같은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빼앗아 갔을 뿐만 아니라 집없는 아픔을 더해주고 있다.
전ㆍ월세값의 폭등등 부동산문제는 물가불안이라는 차원을 떠나 국민의 1차적인 생활안정을 파괴하여 경제안정을 위협하고 나아가서는 사회불안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고있다.
건설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89년말 현재 전국가구의 48.5%인 5백4만7천가구가 전ㆍ월세살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의 절반정도가 셋방살이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주거의 안정을 해결하지못한다면 이는 노사불안과 사회불안을 가중시킴은 물론,성장잠재력을 파괴하는 우리경제의 걸림돌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지난해부터 제기되고있는 한국경제의 위기론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등장했다. 연간 경제성장률 6∼7%는 다른나라와 비교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며 지표상으로 보아서는 우리경제를 위기로 진단할 수없게 되어있다. 문제는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동인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는데 있다.
일부계층에서 신당의 성장론에 경계심을 갖고 비판을 제기한 이유도 성장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이같은 경제ㆍ사회적 불안요인을 해소하지 않고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경제는 과거 60년대와 70년대처럼 각계의 형평과 복지욕구를 억누르고 개발독재를 통해 고속성장을 이룩했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날의 성장동인이 오늘의 성장동인이 못되기때문에 경제위기론이 나오고 형평과 복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이 한국경제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6공정부가 들어서면서 형평과 복지가 강조되고 각종 개혁정책이 추진되었으며 경제안정의 결정적 요인인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한 마지막카드로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토지공개념이 실시되면 최소한 부동산가격은 안정될 것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예상과는 반대로 토지공개념이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전ㆍ월세값의 폭등을 비롯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며 투지 재연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ㆍ월세값이 오르면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다시 부동산값이 오르는 끝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최근 전ㆍ월세값의 폭등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임대차보호법의 잘못된 개정을 주요원인으로 들고있다. 개정된 임대차 보호법이 전ㆍ월세값을 자극하는 한 원인은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지난해 엄청나게 오른 집값ㆍ땅값이 자연 전ㆍ월세값에 반영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전ㆍ월세값 폭등의 주범은 부동산투기다.
최근의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거리는 이유로 금융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실물투기가 일어나고 신당이 등장하면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것이란 추측으로 불안한 물가동향과 겹쳐 인플레심리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전ㆍ월세값의 폭등이 파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안정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는 엄포용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실 부동산문제는 까다롭기때문에 무책이 상책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잘못건드리면 임대차보호법개정처럼 역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대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집값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주택공급확대는 시간이 걸리며 설사 공급이 늘어도 전가구가 주택을 소유할 수도 없다.
따라서 부동산투기를 보다 근원적으로 봉쇄하여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임대산업을 과감하게 육성하며 임대관계법령을 제정해야한다. 임대관계법령제정을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면서 임대관행을 비롯한 임대문화가 형성되도록 유도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세문제를 총괄해서 다룰 수 있는 정부부서의 설치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전국민의 절반가량이 전ㆍ월세를 살고있는 우리현실에서 정부내에 주무부서는 물론 전담공무원도 없을 뿐만아니라 유일한 관련법령인 임대차보호법도 경제와는 동떨어진 법무부가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선진국은 물론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전세값을 법령으로 통제하며 주무부서와 전담공무원을 두고 있다.
우리의 경우 시민단체인 YMCA만 세입자문제를 다루어온 실정에 비추어보면 오늘의 전ㆍ월세 파동은 당연한 귀일일 수밖에 없다. 「안정은 최고의 복지」이고 그중에서도 주거의 안정은 으뜸이다. 안정기조를 지키기위해 자리까지도 걸겠다는 현경제팀에 세입자의 서러움을 덜어줄 획기적인 시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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