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방화수사 떠들기 보다 내용으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방화수사 떠들기 보다 내용으로(사설)

입력
1990.02.18 00:00
0 0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 한달 가까이 계속돼 민심을 흉흉하게 하더니 드디어 인명피해까지 내기에 이르렀다.지난달 22일 서울 공덕동에서 첫 신고된 이래 주택가 연쇄방화사건은 29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면서 수법이 날로 대담해져 나라안을 온통 「방화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불안한 것은 가동 경찰인력을 총동원하다시피한 경찰이 아직까지도 단 한명의 진범은커녕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불순조직의 소행일 것이라 막연한 추정만 한 채 허둥대고만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이나 애가 탔으면 시민들이 「우리동네 우리가 지키자」며 자경순찰에 나섰고 군헌병 병력까지 가담했으며 5천만원이란 범죄사상 최대현상금이 붙여졌겠는가. 민방위대가 동원되고 서울시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2교대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도대체 연쇄방화범들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 드러난 현상으로 본다면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 불안요인을 야기해 사회의 안정된 질서를 뒤흔들어놓자는 것으로 밖에는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범행주체는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화된 집단일 것이 틀림없다. 치안당국이 추정하는 것처럼 불순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제까지 발생한 1백50여건에 달하는 연쇄방화사건 중에는 충동에 의한 모방범죄도 상당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연쇄방화범죄의 주체조직들은 이같은 모방범죄까지 계산,지금쯤은 뒷전으로 쑥빠져 기대이상의 효과에 만족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방화사건의 주체가 불순세력이라고 상정된다면 이 사건에 대처하는 치안당국의 자세나 국민들의 지나친 불안심리,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매체 등 모두가 좀더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이 「연쇄방화」의 불길을 잡는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을 우리는 새롭게 생각해본다.

불안하다고 해서 온 사회가 들떠 허둥대는 것 자체가 바로 조직적이고 계획된 방화범들의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며 소아병적인 모방 범죄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쇄방화범을 쫓는 경찰을 비롯한 치안당국이 침착하게 대처해줄 것을 거듭 당부하면서 연쇄방화에 대응하는 국민 모두의 마음가짐이 보다 냉철해야겠다는 것을 일깨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당국의 수사력은 좀더 적극적인 공조 밑에서 총동원 자세로 검거에 나서주기 바란다. 이미 경찰은 비상근무 상태에 있다고 하나 야간순찰ㆍ검문 등 실효도 없고 꽹과리만 크게 두드리는 겉치레 수사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당국의 말대로 불순세력의 범행이라면 수사대응도 조직적이고 더욱 치밀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이번 범행은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 애쓰는 경찰의 행동이 시민들에게 피부로 느껴져야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