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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좀더 신중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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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좀더 신중하라(사설)

입력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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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의를 달 여지가 없을 줄로 안다. 전국 큰 도시 대부분이 그러하지만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60%에도 이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집에 살고 있는 터에 한꺼번에 집세가 배 가까이나 뛰어오른다면 이는 당사자들간의 계약문제라기보다 사회 안정과도 직결된 중대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전세값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급 자체가 부족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겠거니와 요즘 갑자기 이 문제가 심각성을 띠게 된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더 큰 잘못이 있지 않나 여겨진다. 현실적 여건과 예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산세과표 현실화다 임대기간 연장이다 하는 조치들을 서둘음으로써 보호해야 할 전세입주자들한테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산세과표 현실화나 임대차보호법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재산세액이 일시에 몇십%씩이나 오르게 되면 그 집에 세들어사는 사람에게 오른 만큼의 부담이 전가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임대기간을 연장할 경우 물가상승폭에 대한 우려가 전세값에 반영되리라는 것도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만한 일인 것이다. 정책수립자가 그만한 예견도 하지 못했다면 정말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사무원이라는 핀잔을 받아 마땅할 줄로 안다.

정부는 전세값 때문에 말썽이 일자 비로소 세입자보호대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거니와 16일에 성급하게 발표한 임대료등록 및 조정제의 도입만 해도 신중한 고려를 결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임대료등록제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 아래 도입을 보류하고 있었던 것인데 주택사정이 여전히 어려운 현 상황에서 등록제가 전세문제를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집 소유자가 임대료 등기를 꺼려 집 전세놓기를 마다하기 쉽고 결과적으로 전세공급량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세금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임대료등록제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방침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부작용 방지에 필요한 제반조치를 동시에 제정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대료등록제나 조정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그 운영도 순조롭게 잘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운영상황을 면밀히 연구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선별 채택한다면 우리나라도 큰 부작용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임대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 제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정부의 정책수립이 너무 편의적이거나 그때그때 임시방편적으로 마련되어서는 안될 줄로 안다. 규제일변도의 법률제정으로 국민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제정에 신중을 기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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