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전문용어가 있다. 플라시보란 「만족시킨다」 「즐겁게 한다」 는 뜻의 라틴어가 그 어원이지만 거기서 전래되어 이제는 무해한 가짜약(위약)을 일컫는다. 하지만 유해한 독도 아니고 치료효과가 있는 약도 아닌 존재인 무해한 위약을 약으로 속여 일단 환자에게 투여하면 그 사정이 달라진다. 투약에 수반되는 심리효과에 힘입어 그 위약이 환자에게 유익한 작용을 곧잘 나타내는 것이다. 이같은 위약의 암시적 치료효과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부르는데 진짜 명의가 되자면 치료약 뿐아니라 이같은 위약투여에도 통달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과학적 검증결과 플라시보의 유효율이 약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투약의 절묘한 시점과 능숙한 운용에 따라 녹말ㆍ우유ㆍ식염수등 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의 무해물질로도 엄청난 치료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마치 보리밥풀로 큰 잉어를 낚아올리는 격인데 이같은 효과는 당연히 의사나 약사에 대한 환자의 철저한 믿음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나라를 잘 이끄는것도 어쩌면 명의처럼 이같은 플라시보 효과를 두루 도모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오늘의 세태이다. 복잡다단하고 하루앞을 예측키 어려운 요즘세상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정권 담당자나 정부가 매사를 일일이 처방ㆍ투약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고 보면 더러 위약도 투여하고 자율에 그 해결을 맡길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안정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구국적 차원에서 단행된것」이라는 3당 합당의 신여당 주도 정국을 맞은 요즘 왜 세상이 자못 어수선한지 걱정이다.
민생치안은 꼬리를 무는 연쇄 강력사건과 해괴한 방화사건으로 더욱 흔들리고 위기설이 높다는 경제정책을 놓고서도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틈바귀에서 성장과 안정을 놓고 우왕좌왕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것이다. 돈이 너무 풀려 물가와 함께 부동산 값도 덩달아 뛰고있는데 증권시장은 잇단 부양책에도 마냥 처져있음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과거의 4당체제로는 되는일이 없어 그걸 벗어나기 위한 혁명적 구국차원의 결단이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정도 사회가 안정을 찾는 플라시보 효과라도 있을 법한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누구에게나 안타깝다.
물론 그 원인을 따지자면 과거로부터 쌓여온 오랜 불신과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시행착오 탓도 있을 것이다. 전세 입주자를 보호한다고 생색내며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한 노릇이 되레 전세값 인상 파동을 부추겨 집없는 사람들을 울리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플라시보 효과는 커녕 투약 잘못으로 병을 덧나게 하는 돌팔이 짓이 아닐까.
지금 국민들은 환자가 명의의 손길을 기다리듯 믿을수 있는 명처방을 목말라하고 있다. 우선 정직과 능력으로 신뢰를 회복하는게 가장 급할것 같다. 서로 철저히 믿고사는 마당이 되면 설사 그 처방이 약효가 적다한들 플라시보 효과가 그 틈을 메워줄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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