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노린 뒷거래 빼돌리기 비일비재/전문매장 부족ㆍ비포장 40%도 문제점/“시중한우 60% 실제론 수입육”국내유명백화점들이 연말선물용세트 등으로 한우고기를 팔면서 수입쇠고기를 끼워 팔았다는 15일 검찰수사 중간발표는 그동안 식육유통상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수입쇠고기의 한우둔갑」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정육점에서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속여팔고있다는 것은 식육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온 공공연한 사실로,일부 업자들에게는 수입쇠고기의 변칙판매가 빼놓을 수 없는 「장사거리」로 확산돼왔다. 식육업계의 한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시중에서 한우고기로 팔리는 물량중 60%가량은 수입쇠고기가 둔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당국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그동안 소매상ㆍ유통업자 등에 대한 현장단속을 수시로 벌여왔지만 실제로 적발된 사례는 미미했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11월20일∼12월4일 농림수산부,각시ㆍ도 등으로 합동단속반을 편성,전국 2천6백여개의 식육판매점ㆍ대리점 등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으나 수입쇠고기의 변칙판매행위를 잡아낸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부의 담당간부는 『유통업자와 소매상간의 철저한 내통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다 일반소비자들이 육질식별능력이 없어 사실상 물증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속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어쨌든 소비자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쇠고기가 이처럼 한우고기로 둔갑판매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판매업자들의 악덕상혼이 문제지만,현행 수입쇠고기의 유통체계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수입쇠고기는 정부산하기관인 축산물 유통사업단이 미ㆍ호주 등으로부터 일괄 수입해 시중에 유통시키고있다. 유통경로는 2원화 돼있다.
수입쇠고기중 육질이 좋아 「고급육」으로 분류된 것의 경우,축협ㆍ한국냉장→대리점→전문판매점→소비자의 한 경로와 가락동 도매시장등 도매시장→중매인→동시판매점→소비자의 또다른 경로로 나뉘어져 있다.
앞서의 「전문판매점」이나 「동시판매점」(한우와 수입쇠고기를 함께 판매)을 제외한 일반소매정육점에서는 수입쇠고기(고급육)의 판매가 금지돼있다. 그런데 이 유통과정에서 수입쇠고기가 엉뚱하게 다른 곳으로 유출돼 일반소매점에서 한우고기로 둔갑하게 된다.
도매시장과 대리점에서 다음단계(동시ㆍ전문판매점)로 넘어가야할 수입쇠고기가 뒷거래를 통해 일반소매업자에게 빼돌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반소매업자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불법구입한 수입쇠고기를 일반 소비자에게 한우고기로 속여 팔게되는 것이다.
또한 수입쇠고기와 한우고기를 엄격히 구분해 팔도록 돼있는 동시판매점 등도 업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변칙판매가 가능,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위장ㆍ혼육판매하는 일이 예사다.
이와 함께 이번에 적발된 백화점등 대량수요처는 이런 유통과정을 거치지않고 직접 도매시장에서 수입쇠고기를 구입ㆍ판매할 수 있도록 돼있어 수입쇠고기를 포장만 한우고기로 바꿔 팔수있는 구멍이 곳곳에 뚫려있는 셈이다. 식육업자들이 이처럼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불법판매하는 것은 판매이윤이 높기때문.
현재 각시ㆍ도의 연동고시가격제로 돼있는 한우고기의 경우 5백g당 소비자가격이 5천1백원(서울지역기준)인데 반해 수입쇠고기는 고급육 중등품이 3천5백원.
따라서 소매업자들이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속여팔때 5백g당 1천6백원가량의 이득을 보게된다.
또한 수입쇠고기 전문ㆍ동시판매점에 대한 소비자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는 것도 이같은 수입쇠고기 변칙판매를 부채질하고 있는 한 요인.
현재 전국에 수입쇠고기판매점은 2천7백50곳으로 대도시지역의 경우 1개동에 하나꼴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 수입쇠고기가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입쇠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수입쇠고기 전문판매점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또한 이를 알고있어도 현실적으로 판매점을 찾기가 쉽지않다.
식육관계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현행 한우고기의 정부연동 가격제와 영세소매상들의 난립을 지적하고 있다.
수입쇠고기가격이 한우고기값의 70%수준인데다가,한우고기는 소매가격이 정부에 의해 엄격히 통제돼 품질만큼의 판매이윤을 얻지못해 업자들이 수입쇠고기 변칙판매로 이익을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육판매점이 지난 81년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연평균 15%씩 소매점이 늘어나는 바람에 1개 정육점당 연평균판매량이 80년 7.4톤에서 88년에는 4.3톤으로 급감,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업자들이 불법ㆍ변칙판매행위를 서슴지않는다는 것.
한편 농림수산부는 이같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수입쇠고기의 한우고기둔갑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했던 수입쇠고기ㆍ한우고기 동시판매점제도를 내달부터 폐지하고,축협ㆍ한냉을 통한 대리점판매제도 중단키로 하는등 유통체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포장육과 비포장육으로 나뉘어 유통되고 있는 수입쇠고기중 포장육의 비중을 현행 60%에서 70%이상으로 확대,한우고기로의 둔갑이 특히 심한 비포장육의 공급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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