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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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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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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년 로마교황 율리우스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자기의 묘를 거대하게 짓도록 명했다. 미켈란젤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준비를 했는데 율리우스2세는 살아있는 동안에 자기무덤을 짓는 게 불길하다고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미켈란젤로는 모욕을 당했을 뿐 아니라 빚까지 졌다. ◆1809년 빈에서 가장 부유했던 루돌프대공,로코비츠공,킨스키공 등 세 사람은 베토벤을 아낀 나머지 그가 오스트리아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4천플로린의 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증서에 그들은 기록했다. 「예술가는 물질적 고통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베토벤씨의 생활에서 가난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러나 약속은 불행히도 지켜지지 않았다. ◆어쩌면 예술엔 마치 가난이 꼭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결같은 것은 위대한 예술이란 사회의 존경을 절로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헨델의 메시아가 1743년 런던에서 영국왕 조지2세가 임석한 가운데 연주됐을 때 할렐루야 합창이 울리자 크게 감동한 조지2세가 자리에서 일어선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때 모든 청중도 덩달아 기립했고 그 뒤로 이 합창이 나오면 모두 기립하는 게 관례가 되기까지 했다. ◆최근 새로 선출된 한 예술인단체장은 예술계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계와의 유대강화를 들고 나왔다. 후원회,간담회,자매결연 등의 얘기도 했다. 「구걸해서라도…」하는 말도 그의 회견에선 들린다. 그러나 예술인들이 경제계에 의존하겠다는 뜻으로 여기고 싶진 않다. 그만큼 회원들의 복지를 걱정한 말일 것이다. ◆예술인은 예술활동에 전념하고 헨델의 작품처럼 사회적 아낌을 받을 만한 창작을 보일 일이다. 비록 가난해도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는 의연한 예술인,그리고 예술의 지고한 경지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난 뒷받침을 이어 보내는 그런 사회기풍의 조화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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