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 「보­혁 갈등」 확산 서곡/모스크바뉴스지 화재사건 안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 「보­혁 갈등」 확산 서곡/모스크바뉴스지 화재사건 안팎

입력
1990.02.17 00:00
0 0

◎평소 개혁파 의견 대변… 공산당 해체 등 주장/“논조 불만 보수파 방화”… 갈등에 기름 부은격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노선을 대변해온 주간신문 「모스크바 뉴스」 사옥 화재 사건이 크렘린내 개혁파에 대한 보수파의 사보타지일 가능성을 두고 모스크바에서는 지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번 화재사건은 그동안 내연하고 있던 소련지도부 내의 보혁 갈등에 기름을 부어 소련공산당의 해체를 가속화 할지도 모른다는 다소 성급한 예상마저 낳고 있다.

지난14일 자정께 발생한 화재는 모스크바 도심 푸슈킨 광장의 유서깊은 고리키가에 자리잡고 있는 모스크바 뉴스사에 5백만루블(50억원정도) 상당의 피해를 끼쳤다. 『신문발간을 중단할 수 없다』는 예고르ㆍ야코블레프 편집국장의 천명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은 「자체 재정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을 입은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30년 10월 창간된 이후 매주 수요일 발간되는 주간 모스크바 뉴스는 불과 수년전 만해도 당의 정책과 결정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소련의 관제언론중 하나일 뿐인 미미한 존재였다.

그러나 이 주간신문은 고르바초프 개혁노선의 확실한 추종자이며 인민대표대회내 개혁파를 대변하고 있는 야코블레프 국장의 취임과 함께 구습의 두꺼운 껍질을 깨는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개혁의 기치를 올린 모스크바 뉴스는 말그대로 정보에 목마른 소련인들에게 청량제가 되었다. 발간된 신문은 진열대에 놓인지 수분만에 동이 나버리고 광장에 설치된 신문벽보판에는 신선한 충격을 찾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발길이 늘 가득하게 모여 들고있다.

현재 모스크바 뉴스의 발행부수는 해외용을 포함해 50만부로 알려져 있는데 야코블레프 국장은 용지 공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당장 1천5백만부 이상을 찍어낼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모스크바 뉴스의 인기는 소련 뿐아니라 소련의 체제변혁을 주목하고 있는 서방세계에서도 대단해 런던ㆍ파리ㆍ아테네ㆍ밀라노 등 각국 대도시에서 영어 아랍어 불어 이탈이아어 스페인어 그리스어 등으로 번역,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88올림픽을 전후해서 부터 영문판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교조적 사회주의 이상을 신봉하면서 변혁을 거부하고 있는 쿠바같은 곳에서는 「자본주의 사상을 충동시킨다」는 이유로 배포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이러한 모스크바 뉴스의 화재를 놓고 모스크바 시민들 간에는 방화가 틀림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간 이 신문의 성향에 반발하는 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14일 발간된 이 신문의 최신호는 체제 개혁에 장애가 되는 공산당 내의 보수파 행동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공산당의 해체와 새로운 사회주의 정당 창당등 극단적인 톤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어 이날 화재가 이같은 논조에 불만을 가진 보수진영의 방화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정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크렘린궁 안의 탁상에서만 열띠게 전개되던 분당 내지는 당 해체 주장의 대립 양상이 점차 극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수 있다.

레닌그라드 출신의 작가인 미하일ㆍ추라키는 문제의 발단이 된 모스크바 뉴스지의 기고문을 통해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위해 공산당이 택할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진 해체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목소리는 모스크바 뉴스 뿐 아니라 소련 전역에서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고르바초프의 추종자들 조차 지난 5∼7일 사이에 개최된 당 중앙위 총회에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창당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학자인 레오니드ㆍ바트킨도 최근 한 시사지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소련 공산당이 폴란드 공산당의 선례를 밟아 사회민주제를 강령으로 채택하고 이에따라 당명을 바꾸지 않는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소련에서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1917년 볼셰비키(다수)혁명이후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멘셰비키(소수)가 바로 사회민주주의자들 이었다. 게다가 레닌의 권력 장악과 함께 전위적 역할을 담당한 공산당의 일당독재체제가 구축되면서 이들 소수의 인텔리겐차는 대부분 숙청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의 공산당 권력 독점 폐기와 정치 다원화 움직임은 소련에 사회민주주의가 다시 부활할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미 에스토니아등 발트 3국은 물론 모스크바에서 조차 이들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소련 전문가들은 지난 73년간 지속된 볼셰비키체제의 축을 이루고 있던 공산당 권력독점의 폐기를 「멘셰비키 혁명의 서곡」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한 변모를 보이고 있는 소련에서 조만간 폴란드ㆍ헝가리에서와 같은 공산당 해체를 점쳐보는것도 지나친 속단만은 아닌듯 하다. 【윤석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