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속임수」 세상(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속임수」 세상(사설)

입력
1990.02.17 00:00
0 0

백화점이라면 우리의 기억에 새로운 것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속임수 세일」사건이다.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판매」가 아니라,「속임수 할인」으로 고객을 속이고 세무당국을 속였다는 것이었다.이 속임수 세일파동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쇠고기 속임수 판매가 문제되고 있다. 서울 시내의 유명백화점 아홉군데에서 수입 쇠고기를 섞어 선물세트를 만들고,한우 고기로 팔았다는 혐의다. 검찰에 의하면 수입 쇠고기를 3할에서 4할까지 섞어 한우고기 선물세트로 속여 팔았다는 것이다.

혐의대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백화점들은 이번에도 세상에 잘 알려진 굵직굵직한 백화점들이다.

원래 백화점에서 고기류를 포장해서 파는 선물세트는 그 상당부분이 물건을 사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속임수가 통할 수 있게 마련이다. 돈을 쓴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다른 만큼,품질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허점이 이런 속임수가 생길 수 있는 근거다.

검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혐의내용은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백화점이라는 대기업의 기업윤리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초의 속임수 세일파동이나,이번 속임수 쇠고기혐의나 모두 동네 구멍가게나 전통적인 시장의 유통질서나 상도의로 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꾸로 대기업형의 소매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종전에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값비싼 수입사치품들을 경쟁적으로 파는 바람에 국산품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납품업체에 대불공정거래를 강요한다는 시비도 있었다. 결국 우리의 백화점은 기업형 유통업의 장점보다는 부정적인 문제점으로 시비가 많았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더구나 속임수 세일이나,속임수 쇠고기 선물세트는 소비자를 속이고 세무당국을 속이는 2중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추석의 경우 팔려나간 갈비세트가 소 6만마리 분량에다,20만여건이 배달판매로 나갔다. 해가 거듭될수록 백화점의 영업실적은 재래식 시장을 앞질러 뛰어가고 있다.

잇달아 터지는 속임수 혐의는 결국 또다른 형태의 기업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그만한 법적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어물어물 끝나버린 속임수 세일파동의 재판이 안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 스스로 건전한 기업풍토를 찾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상도의와 기업윤리를 확립하고,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국산품을 밀어내고 값비싼 수입사치품을 경쟁적으로 팔고 있는 것 같은 한심스런 풍토도 반성해야 한다. 돈을 벌기만하면 된다는 비도덕적 풍토는 결국 업계자신의 장래를 망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