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민주화는 오래된 국민의 열망이다.민주국군으로의 탈바꿈은 빠를수록 좋다. 민과 군 모두를 위해서다. 군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은 군 스스로가 불식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방부는 군인 복무규율과 병영생활규정을 크게 고쳐,민주화 실천의 방안과 규범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그 주된 성격은 과거 일본군대식의 잔재와 권위주의시대의 군대상을 씻어내고,「절대」 복종의 비인간적 상하관계의 구조를 인간이 있는 군대로 키워나간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주목되는 바는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사항이 조목조목 명시되어 있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군의 「과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인상이다. 치안유지에 무기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지휘관은 직무상 관계괸 일에만 명령을 내리고 일체의 정치행위를 못하게 하였다. 또 병영생활에서의 구타 폭언을 금지시켰다. 이러한 규율과 규정은 두갈래로 분류된다. 대민관계와 대내규제이다. 그중 무기사용과 명령의 제한은 광주문제와도 유관한 대민관계에 예민한 한계를 분명하게 그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혹행위의 근절은 군에 대한 민의 신뢰를 위해서 당연한 조치로 오히려 너무 늦은 느낌마저 든다.
지난 월초에 이종구육참총장은 신뢰와 애정에 바탕을 둔 민군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그러한 구상을 환영한 바 있으며,이번의 개혁과도 맥이 통함을 쉽게 짚어 낼 수 있는 바이다.
아무리 고매한 이상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지면 의미가 없어진다. 새로운 위상정립도 마찬가지다. 실천 가능한 행동 규범임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규율이 현실과 따로 논다면 그런 것은 있으나 마나이다. 고질적인 형식주의는 이제 탈피함이 마땅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민과 군이 대립의 관계에서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치안확보를 이유로 군을 동원한 과거의 실태는 오히려 민ㆍ군의 관계를 악화시켰거나 소원케 하였다. 민의 보호가 아닌 위협의 인상을 깊이 남겼다.
또한 총기의 사용도 절대명령이라는 구조탓으로 과잉 충동을 억제할 장치나 분위기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았음은 새삼 한탄할 만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군이 국방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애국이라 믿는다. 불필요한 정치관심으로 섣불리 위기진단을 내리거나 구국충정에 젖는다면 그것은 자칫 「오국주의」의 오류에 빠지기 알맞다. 특히 경제할 바라고 생각한다.
군의 민주화는 공개주의와도 통한다. 군사기밀이 아닌 병영생활의 내막은 탁털어 놓는 것이 국민의 안심과 신뢰를 얻는 첩경일 것이다. 이른바 가혹한 기합이 없고 본인의 불이익이나 고충이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길이 열린다면 복무중인 자제에 대한 염려가 사그라질 것이 확실하다. 애정과 믿음이 여기서부터 샘솟으리라 기대해 봄직하다.
군의 민주화는 이제 비로소 첫걸음을 내디딘다고 할 것이다. 새로 태어날 국군의 모습은 한결 성숙성을 갖추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바탕이 다져졌고 갖가지 달고 쓴 경험을 고루 겪어왔다. 어디가 정확한 자기위치인가를 알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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