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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총리­유회장 경제관 논쟁/전경련 정총서 식사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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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총리­유회장 경제관 논쟁/전경련 정총서 식사 통해

입력
199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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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늦추고 성장책 마련을” 유회장/“기업 스스로 난국 타개해야” 조부총리○15일 3백여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전경련 제29회 정기총회는 주요이슈가 별로 없어 예산안 등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는등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으나 이날 참석한 조순부총리와 유창순 전경련회장이 각각 격려사와 개회사를 통해 경제문제에 극히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 관심이 집중.

조부총리와 유회장은 이날 서로 정부입장과 기업의 입장만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면서 정부는 기업측에,기업은 정부측에 주문하는 식으로 일관,재계와 경제부처에서 현 경제상황을 보는 시각차가 크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

두사람은 현재 우리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중요한 전환기에 대처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유회장이 정부정책운용의 재검토를 촉구한 반면,조부총리는 기업인의 역할 및 책임을 특히 강조,대조를 이뤘다.

○…유회장은 먼저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전경련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아왔다는 불만을 크게 의식한 탓인지 전례없는 강한 어조로 『현재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발상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회장은 적절한 성장정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자유로운 민간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ㆍ제도적 개선과 함께 단기적으로 현재의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환율제도운용에 대한 적절한 검토와 필요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회장은 또 최근의 물가상승은 급격한 경제개혁조치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경제개혁조치들은 현실적 여건의 성숙과 실행의 효율을 고려,점진적으로 진행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혀 토지공개념 및 금융실명제등 개혁조치의 재검토 및 연기를 거의 노골적으로 주문.

유회장의 이같은 강력한 어조에 대해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재계인사는 『오래간만에 유회장이 기업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잘 대변해줬다』고 만족을 표시.

○…한편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로 예정보다 40분이나 늦게 도착한 조부총리는 사전배포된 원고와는 별도로 즉석 격려사를 통해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해주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서두를 꺼내고 치열한 국제경쟁시대를 맞아 정부ㆍ기업ㆍ국민이 모두 자기역할을 다시 조정,적응력을 갖춰나가자고 강조했다.

조부총리는 이어 정부는 앞으로 경제사회의 기초만 닦아나가고 모든 것은 기업이 책임지고 해나가야 된다고 역설.

이날 재계인사들은 조기개각을 염두에 둔 탓인지 조부총리의 격려사가 고별사가 될 지도 모른다는 귀엣말을 주고 받으며 혹시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인가를 기대했으나 조부총리가 처음부터 기업인의 역할과 책임만을 강조하고 나서자 실망하는 모습.

조부총리는 인허가업무등 각종 규제와 통제를 상당부문 철폐하고 특히 금융제도는 전례없는 자유화조치를 과감히 도입,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공헌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조부총리는 『우리 기업은 그동안 외형을 늘리는데만 주력,기술개발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과학기술진흥에 있어 15∼20%만 책임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 80∼85%는 전적으로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노조의 불법행위는 정부가 개입해 막아준다고 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기업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유회장의 고무적인 개회사로 한껏 기대가 부풀었던 기업인들이 조부총리의 「따끔한」 격려사때문에 다시 기가 꺽이자 유회장은 「모든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라는 전제를 한 뒤 부총리의 기본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방향의 실천에 있어서는 민간기업의 의견을 보다 많이 듣고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부총리에게 특별히 당부.

이런 모습은 전에 없던 일로 유회장이 전경련회원들의 뜻을 적극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 보이려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부총리는 이날 사전에 배포된 연설문에서는 토지공개념ㆍ금융실명제등 경제개혁조치의 관철을 거듭 강조했으나 즉석 연설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아 전경련총회에 참석하기 앞서 청와대업무보고에서 어떤 「변화」가 있지 않았는가에 대해 추측이 무성.

○…이후 일사천리로 의안을 통과시키던 총회는 박승복 샘표식품사장이 등단,전경련이 지난해의 사업을 계속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고 정부정책에의 반영도에 대한 성과분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잠시 논란.

지난해 총회때도 회장선임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요주의 인물」로 찍힌 박사장은 또 전경련의 운영방식이 하향식ㆍ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

이에 대해 유회장은 경제정책중 기업에 충격을 주는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해 왔다고 말하고 성과가 가시화되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변,위기를 모면.<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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