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이란 원래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승려에게 내려지는 가장 엄중한 처벌이며 계율을 어기거나 질서를 어지럽힌 승려를 교단 또는 종파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원용되어 스승이 문하의 제자를 쫓아내고 사제의 관계를 끊는 것을 일반사회에서는 파문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의 파문은 Excommunication을 옮긴 것으로 성직자뿐만 아니라 영세를 받은 일반 신도에게도 해당된다. 구성원 자격을 완전 박탈하지 않은 채로 신자 공동체로부터 제거하고 소외시키는 징벌이다. 파문은 오직 교황만이 내릴 수 있는 징벌이며 파문당한 신도는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없다. 파문당한 신도가 참회할 때엔 신도공동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파문은 로마교황이 정교의 전권을 잡고 있던 중세시대에나 유행했을 뿐 1965년 바티칸공의회이후 전세계적으로 별로 없었다. 선교 2백년을 넘긴 한국 가톨릭교회사에도 아직까지 파문의 기록은 없다. 파문이라는 징벌보다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주의환기,경고 등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오늘의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문제 해결방식이다. ◆교황의 무류성에 이의를 제기하여 가톨릭교회의 신성불가침한 권위에 도전했던 서독의 신학자 한스ㆍ큉교수는 재임중인 튀빙겐대학서 신부교육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제한만을 당했고 해방신학의 선봉에 나서서 제3세계의 신앙에 돌풍을 일으켰던 브라질의 레오나르도ㆍ보프신부도 교황청의 사문을 받았으나 주의환기에 그쳤다. 전 같으면 이들은 모두 파문대상이었다. ◆지난해 공안정국의 소용돌이속에서 나온 주한교황청대사의 발언을 비판하고 교구장등 고위 성직의 임기제를 주장한 어느 신부의 기고가 가톨릭교회 내부에 일대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일부 보도는 그의 파문설까지 전하고 있다. 그의 기고가 뜻밖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파문까지 이를 수 없는 것이 한국 가톨릭교회의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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