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통합이 발표됐을때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이 차츰 신당의 앞길을 지켜보기로 마음을 바꾸고 있을때 구시대적인 「신당홍보」가 터져나왔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총무처가 공무원들에게,문교부가 각급학교 교사들에게 3당합당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교육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국가공무원법을 스스로 침해한 행위일뿐 아니라 홍보의 효과를 계산못한 우둔한 발상이기도 하다. 오늘 한국의 공무원과 교사들이 정부가 여당을 홍보하는 교육자료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면 국민을 너무나 무시한 것이다.
신당으로서는 정부의 이같은 구시대적 홍보에 오히려 낭패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나,이 기회에 오늘 도대체 무엇을 홍보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김영삼신당최고위원은 12일저녁 관훈토론회에서 3당통합을 「깜짝쇼」에 비유한 질문을 받고 『3당통합이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으므로 절대비밀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가히 혁명적인 일」을 했다면 상당한 논란과 비판을 상당기간동안 각오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 여론이 빨리 신당쪽으로 기울기를 원하는 조바심은 부질없는 것이다. 국민의 여론은 신당이 이제부터 어떤 정치를 펴 나가느냐에 따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신당이 왜 「혁명」을 했는지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길은 홍보가 아니고 「혁명」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시간과 인내와 겸손함이 필요하다.
김영삼최고위원은 관훈토론회에 다섯번째로 초청되어 최다기록을 세웠는데,이번 토론에는 그가 야당투사가 아니고 여당최고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를 모았다. 투쟁만으로 박수를 받던 시절에 비해 그는 이번에 「악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유있게 답변해 나갔으며,그것은 토론장에 참석한 다른 민주당줄신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노련한 옛 정치기자는 그들의 여유가 여당의 힘과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을 빨리 바꾸고자하는 조바심,비판을 못참는 조급함을 신당이 내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개헌선의 의석을 가진 막강한 여당으로서의 여유와 자신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 모순되는 것이기도하다. 어떤점에서 조바심과 여유는 신생 민자당이 함께 경계해야 할 속성이다.
지금은 조바심을 칠때도,여유를 가질때도 아니다. 신당창당을 국민앞에 정당화하려면 창당이념의 구현을 위해서 묵묵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지금 신당이 국민앞에 홍보할 수 있는 내용이란 아무것도 없다. 신당은 과잉중성이나 구태의연한 유혹에 빠지려는 이들에게 그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