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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민주화는 본모습찾기 작업” 월간「사목」 함 신부 기고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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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민주화는 본모습찾기 작업” 월간「사목」 함 신부 기고문 내용

입력
199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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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명의 제한 시대착오적 발상” 비판/교황청 대사의 “광적 민주주의” 사과 요구/교구장 임기제로 선출 주장천주교회 안팎에 심각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함신부의 교회민주화를 주장하는 글(월간 사목 1월호 기고)은 두가지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한교황청대사 디아스대주교의 지난해 9월 모일간지 인터뷰 기사 내용에 대한 반박과 한국 천주교의 문제점 지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사제단의 사회참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시각과 더불어 지난해 10월말 주교단 회의에서 결정된 『교회내에서 천주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주교단의 공식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부지침에 대한 반대견해를 표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디아스대사는 임수경양의 평양축전 참가와 임양의 안전귀환을 위해 사제단 소속 문규현신부의 방북등이 사회 이슈가 되던 지난해 9월 모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제는 주교의 허락없이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되고 문규현신부는 이 점을 간과했으며 ▲사제는 어떤 정치적 행위에도 연루되어서는 안된다 ▲문신부의 방북은 바티칸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한국에 있어서는 데모크라시(민주주의)가 데모크레이지(광적인 민주주의)로 바뀐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함신부는 디아스대사의 인터뷰와 주교단의 현실참여 시각에 대해 『변혁하는 세계에서 교회가 올바른 자기 위상을 정립한다는 것은 예수의 말씀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시대적 요청으로 제기되는 교회내의 민주화는 결국 교회가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는 작업』이라고 전제하고,예수의 법은 사랑의 법인데 교회법은 예수가 질타한 제도에 얽매인 것으로 결국 분열과 경쟁만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 신학자의 말을 인용,비판했다.

함신부는 『구원ㆍ하느님 나라ㆍ이상적 공동체 실현을 위한 신앙인의 노력은 그래서 끝없이 반복되는 쇄신운동이며 따라서 교계제도 또는 제도로서의 교회는 결코 평신도들의 자발적 운동과 자생적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함신부는 『특히 최근 주교회의에서 몇차례 언급된 바 있는 공인되지 않은 단체는 천주교란 말을 쓸 수 없다는 주장은 이런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이며 퇴행적』이라며 『가톨릭이란 결코 법적으로만 제재될 칭호가 아니다. 그것은 법 이전에 세례받은 신앙인이 선택한 공동체이며 만인이 공유할 이름 그대로 보편적 가치이자 스스로 천주교에 속함을 선언하는 것은 공적고백일진대 어떻게 신앙고백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가』라며 주교단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함신부는 사제단을 중심으로 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유신독재 아래서 지학순주교를 비롯한 목사 사제 교수 변호사 학생 정치인 노동자 농민 등 숱한 무고한 시민들이 옥고를 치르며 고생하는 것을 보고 사제들이 믿음의 이름으로 이에 저항하며 나름대로 예수의 교훈을 따라 억울한 이웃들의 벗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함신부는 『쇄신 행동에 익숙하지 못한 나이든 분들과 교구장직을 맡은 몇몇 책임 주교들은 정부 여당의 궤변과 뜻을 같이하여 사제들의 정치 참여가 불가하다며 사건의 진상과 사제들의 진의를 흐려놓았다』며 『사제들의 정치 관여는 분명 거부감을 주는 행위이지만 억울한 이를 위해 불의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정치관여이냐』고 반문했다.

함신부는 또 교회내와 주교의 임기제를 거론,현 교회의 위계질서 체제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제들의 경우 교구장 주교에게 종속되어 있어 교구 구조상 사제들이 공동 의견을 집약해서 제안할 수 없다고 밝히고 『교구란 허울좋은 이름뿐이지 사실상의 교회 공동체의 기초적 기본단위는 본당이며 때문에 교구라는 공동체 개념은 구체적인 경우 관념에 불과한 현실이다. 신학적으로는 교구가 교회 공동체의 기본단위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함신부는 따라서 교구장은 꼭 임기제로 선출돼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지난 84년 천주교 2백주년 사목회의 때에 교구장 임기제가 언급되었지만 관철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세계의 정치 문화가 변하고 있는 지금 교구도 수도원의 모범을 따라 교구장 임기제를 통한 교회 특유의 민주적 공동체를 일궈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편 천주교 신자로 구성된 국내 각 대학교수 53명도 디아스대사 인터뷰에 대해 지난해 10월 서울 세계성체대회가 끝난 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회보 「정의」 9호에 디아스대사의 발언은 내정간섭에 가까우며 한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디아스대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었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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