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ㆍ정국 영향싸고 정가 설왕설래/민자 “법 질서 확립뿐” 의미축소/“흠있는 사람 털어야” 강조 주목/신당 조직책 인선연계 관심… 야권선 “정치공세” 경계의원직무와 관련,독직(알선수뢰) 혐의로 13일 구속된 박재규의원에 대해 민자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가급적 정치적 의미를 싣고 싶지 않은 눈치다. 우선 당사자측이랄 수 있는 민주계 관계자들이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부인하고 있지 않으며 민정계도 박의원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당국의 방침이 불구속 기소였다는 것과 신당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밝은 미래의 개척」을 출범의 기치로 내걸었던 점을 대비해 보면 이번 조치는 간접적이나마 민자당을 비롯한 정치권 구성원의 「자정」을 예고하는 측면이 강하다.
다시 말해 검찰권 행사 부분에서는 법적용의 형평성을 새삼 부각시킨 것이지만 정치적 관점에선 여야를 떠나 정치인의 권리와 책임을 분명히 해두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박의원 구속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며 국가보안법으로 2심에 계류중인 서경원의원을 오는 임시국회에서 제명할 것이란 얘기가 적지않은 것도 같은 맥락.
물론 민자당의 박준병사무총장은 14일 『박의원 사건을 다른 의원과 관련시키지 말아달라』고 주문,이번 조치가 확대해석 또는 불필요한 파장을 낳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또 황병태의원등 민주계 고위인사들도 『검찰권 행사도 법과 질서의 확립이란 정부의 기본정책과 방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증거가 드러난 이상 다른 길이 있겠느냐』며 읍참마속의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편으로 『정치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신당이 출범하는 마당에 법적으로 잘못이 있는 사람은 털어내야 한다』고 밝힌 점을 보면 『앞으로 정치가 법치의 원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털어낸다」는 의미가 흠이 있는 인사를 모두 신당에서 배제시킨다는 것인지,아니면 사안의 경중을 따져 선별한다는 것인지,또는 과거의 잘못을 가리되 원점에서 출발한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인이 관련된 형사사건이면 으례 정치사건으로 등식화되던 관행만은 고쳐져야 한다는 게 신당 관계자 대부분의 주장이다.
여기서 관심은 이같은 신당의 자정 의지가 임박한 조직책 선정에 어느 정도 반영되느냐는 것. 현재론 뚜렷한 범법사실이 인정되거나 정치적 인책을 받은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곤 자정적 고려가 표면화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신당출범의 분위기 조성에서 볼 때 무리한 자정작업이 가져올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구 여권의 경우 적지않은 「대오이탈」을 예상치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신당 지도부의 의중을 헤아려보면 박의원 구속으로 당내외에 자신들의 정당 운영 기본틀을 일단 과시하는 데 그치고 향후 이같은 인식들이 14대 공천등 정당 운영의 기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민자당에 참여한 박의원 사건을 먼저 처리함으로써 평민을 비롯한 야권의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지표현과 그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다.
바꿔말해 과거 4당체제의 정치구도에서 정국 운영상 의원이 연루된 형사사건에 정치적 배려를 외면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그릇된 관례를 배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날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사법적으로 처리되고 사법적으로 처리할 사안이 정치적으로 처리」돼 기형적 법집행이 국민의 법감정을 크게 그르쳐왔다는 판단도 있다.
그러나 신당이 과거의 경력에 관계없이 중도ㆍ온건ㆍ민주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을 안고 나갈 것임을 천명해놓고 있음을 볼 때 법과 질서의 확립이란 의지가 얼마나 설득력있게 비칠지는 미지수. 예컨대 5공청산과 관련한 정치적 인책으로 물러난 정호용 전의원이 최근 자신의 정치적 재기의사를 강력히 희망하며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공천을 탐색하고 있어 신당 지도부의 고민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정계 일부에서 정 전의원의 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아 신당의 도덕성과 법질서 확립 사이의 방정식이 어떻게 풀릴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신야당 추진세력등 야권에선 박의원 구속이 자신들을 겨냥한 또다른 정치공세가 아니냐는 경계의 시각을 늦추지 않고 있다. 법집행의 형평성을 내세우면서 이를 적절히 저울질,야당의 운신을 사전에 제약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야권의 우려가 설령 기우일지라도 법질서 확립 구호 뒤에서 법적용이 편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박의원 구속이 던진 파장은 신여권의 외형상의 의미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논란의 불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민당의 김대중총재와 김원기 전총무의 경우 검찰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공소가 취소될 것으로 보고있지만 서경원의원의 경우 현행법상의 혐의로만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신당 참여를 유보할 것으로 보이는 서석재의원등도 단순히 법논리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게 신여권의 현실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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