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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시대/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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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시대/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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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요즘 세상에서는 모든 일상의 일들에 홍보나 선전이 약방의 감초격으로 끼이지 않는 일이 없다. 심지어 어린애조차 TV나 라디오의 CM송을 들으며 말과 노래를 익혀가는 세상이 됐다.선전이란 어떤 존재나 효능ㆍ주장 등을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거나 유도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소위 PR이라는 것인데,평범한 노래도 자꾸 틀고 TV에 소개하면 히트곡이 된다며 인기를 먹고사는 가요계가 PD들에게 상납공세를 편것도 그 동기를 쉽사리 짐작할수가 있다. 하물며 국민의 인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해서만 비로소 정권을 창출,나라를 이끌 수 있는 정치에서는 선전이나 홍보야말로 바로 정치의 동의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엊그제 통합여당이 당의 핵심3역을 처음 임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3역은 3당간의 사전타협과 조정대로 일사천리로 끝났으나 유독 3역보다 하위직인 대변인 선정을 놓고서는 신경전과 줄다리기가 없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그러고 보면 조직과 홍보를 장악하는게 당권장악의 지름길이라는 소리도 나오게끔 됐다.

총리 장관등 정부의 고위직이나 고위당직자가 새로 임명되면 으레 그 프로필을 웬만큼은 잘써주는게 불문율처럼 되어왔다. 하지만 과거 민정대변인에서 민자당직을 그대로 승계한 초선의 검찰고위직출신 여당인사를 놓고 도하의 신문들이 일제히 그가 명대변인 소리를 들었다고 쓴것도 이례적이다. 재치있는 화술에 정치감각이 뛰어나고 폭탄주불사의 술실력까지 겸비했다는 등등의 표현들인데 여당대변인이 이처럼 점수를 따는 세상이란 과거엔 상상도 할수없던 일이었다.

과거 우리의 기억에 남는 명대변인으로는 일운 조재천씨를 곧잘 꼽는다. 자유당집권시절 정통야당 민주당의 선전부장으로서 특유의 면도날같았던 재기ㆍ지략과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등의 독설과 반독재투쟁으로 종횡무진의 활약을 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야당의 간판구실을 톡톡히 했었다.

일운은 명검사및 도경국장 경력에 바닷가(전남광양) 출신이었는데 새 대변인도 검사경력과 바닷가 남해출신이 우연히 일치하는게 재미있다. 특히 일운은 호남출신이면서도 경북에서 출마,4선의원으로까지 당선됐던게 오늘의 지방색 정치성향에 비추어 보면 대단한 대변인이었던것 같다.

사실 선전은 오늘과 같은 개방적인 정보범람시대에서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상대의 지성은 물론 감성에까지 온갖 기술을 동원해 호소,목적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요즘와서 선전이나 홍보자체를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선전과 홍보가 약방의 감초이긴 하지만 결코 만능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선전과 홍보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체는 선전으로 이룩하고자 하는 목적이 선이요,진실이어야 한다고 학자들은 지적하는것이다.

민주정치란 어찌보면 터놓고 정치판을 꾸려가는 것이랄수가 있다. 이럴때일수록 정치와 대변인으로 상징되는 정치홍보의 관계는 더 한층 긴밀해 질것이다. 민주화와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대변인 시대」의 올바른 정착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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