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이 14일 각각 당기와 당간판을 내리는 의식을 가짐으로써 당해체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민주자유당이란 이름으로 중앙선관위에 합당등록을 마치고 새당사에서 현판식을 갖도록 돼 있다.이제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은 그야말로 정치사의 뒷장에 자리하게 됐다.
강판식을 지켜본 각당의 「옛식구」들은 저마다 서운한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신당에 참여한다는 기대 또한 각별한 탓인지 기념촬영을 하면서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만감이 어린듯한 이날의 표정에서는 분명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우려가 함께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개헌선을 훨씬 넘는 2백15명의 의석을 보유하게 된 거대 집권당이라 할지라도 이에 어울리는 내실을 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은 민자당의 향후에 대한 선명한 시계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구국의 결단」이니 「신사고」라는 등의 합당 명분이 아직은 생경하게만 들릴 것이다.
그런가 하면 3당의 소멸은 납득하면서도 통합신당이 과연 어떻게 투영될지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애기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당장 신당등록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고 상부구조에 대한 틀은 짜여져 있다지만 하부조직의 후속통합등은 그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각당 사무처요원간의 갈등과 불안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방대한 조직에 걸맞는 업무체계를 서둘러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정을 책임질 집권여당의 기간조직을 공동화 상태로 방치하는 셈이라고 걱정들이다. 4당체제를 국민들이 불안해한 까닭으로 정국 향배에 대한 예측이 불투명했던 점을 든다면 미래의 비전이 미흡하기는 지금도 매한가지라는 소리가 높다. 물론 이같은 우려 속에는 신당의 출범에 거는 기대와 성원이 담겨져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민자당의 출발선에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포부,당당한 자신감만 넘쳐흐르는 것 같아 아쉬운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박준병사무총장의 취임 일성대로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정당」이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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