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독재 포기따라 대통령제 도입 필수적/입지강화로 사회ㆍ경제난 타개 개혁 가속화소련의 정치체제개혁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소련공산당 중앙위총회에서 일당독재폐기 및 다당제 채택등 볼셰비키혁명이래 최대의 역사적 전환을 한데 이어 12일 최고회의간부회에서 민주적 대통령제 신설안을 만장일치로 채택,체제변혁을 위한 후속조치를 급속도로 밟아가고 있다.
국가권력의 최고기관이며 입법기관인 최고회의가 휴회중일때 이를 대신하는 상설기관인 최고회의간부회가 통과시킨 대통령직 신설안은 앞으로 수개월내에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인민대표대회에서 논의될 헌법개정안과 함께 확정될 전망이다.
소련의 민주적 대통령제 도입은 이미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지난 중앙위총회에서 제의,대부분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 회의에서 『안정을 확보하고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며 모든 정부기구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법질서를 확보하고 소련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었다.
고르바초프는 현재 5년임기의 최고회의간부회의장직을 맡고 있어 형식상 「대통령」이기는 하나 그의 실질적 권력은 일당독재하의 「공산당서기장직」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산당이 권력독점을 포기하고 다당제를 채택한 이상 대통령제는 권력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르바초프는 서기장제하에서 내각격인 정치국의 12명 정위원중 1명으로 정책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권력이 당에서 정부로 이행되고,페레스트로이카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비상사태선포권 ▲내각임면권 ▲의회해산권 및 거부권등 비상대권을 갖는 강력한 대통령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집권 5년이 지난 고르바초프는 국제적으로 미소 신데탕트시대를 열었고 동구대변혁을 주도하는등 탁월한 외교수완을 발휘했으나 국내적으로는 민족분규와 경제난으로 위기상황에 몰릴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유혈사태에 이어 12일 타지크공화국에서의 반아르메니아폭동등 민족분규가 분출하고 있으며 리투아니아공화국등 발트3국의 분리독립요구는 연방체제를 붕괴시키기 일보직전에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문제로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의 실시결과 연 4%의 경제성장을 기대하던 것이 겨우 1∼2% 정도의 선을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 만성적인 물자부족,생산시설의 노후화,자본부족,환경오염등 경제발전의 부정적요소가 도출되고 있으며 농업에서의 계속된 부진은 소련을 최대의 식량수입국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는 지난 11일자에서 작년 곡물생산의 부진으로 가축사료조차 조달이 어렵게 돼 육류배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가격제도로 인한 보조금지급,식량소비재수입,임금인상 등으로 누적된 재정적자가 1천2백억루블(약 2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으며 외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5백38억달러나 된다. 이처럼 악화된 경제상황에다 모스크바등 주요도시에는 서방세계의 마피아조직 같은 범죄조직단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마약ㆍ포르노 등이 크게 번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역기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실시,정치ㆍ경제ㆍ사회등 소련의 전분야에서 보다 과감한 개혁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번 대통령직 신설안에는 선출방법 권한 시기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 입안자인 야코블레프 정치국원겸 당국제분과위원장이 언급했듯이 『국민이 투표를 통해 직접선출,국가권력이 집중된 서구식 대통령이 내각을 지휘한다』는 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오는 6월 미소 정상회담 이전에 최고회의전체회의를 소집,당강령 개정에 따른 정치ㆍ경제등 관련법안을 심의한뒤 이어 인민대표대회를 열어 대통령제 도입을 포함한 신헌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현재 2천2백50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인민대표대회는 헌법개정등 국가중요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를 대신하는 의결기구로 보리스ㆍ옐친을 정점으로 약 4백명의 회원을 가진 급진개혁세력인 「지역간대표그룹」이 있으나 신헌법에 대한 반대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고르바초프의 호칭은 올해안에 「소련 공산당서기장」에서 「소련 대통령」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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