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시절 균형성장론을 주장하는 날카로운 경제평론으로 정부의 경제시책을 비판했던 조순부총리는 취임직후 『균형성장론에 기대를 걸었던 계층을 실망시키지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균형성장론이란 어느 계층을 이롭게,또는 불리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낙후되고 소외된 곳에 투자를 늘려 불균형을 바로잡고,지금까지 부의 편재가 심각했다면 형평에 어긋나는 지속적인 부의 축적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층과 가진자들이 가치관을 바꾸지않으면 우리사회는 발전하기어렵다』
문희갑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같은 무렵의 인터뷰에서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지금 우리는 30년 경제사의 대수술을 단행하려하고 있다. 30년동안 성장에 치중하며 누적돼온 비리ㆍ모순ㆍ부도덕성을 수술하지않고는 우리체제를 지속시킬수 없으며 성장자체가 무의미해질것이다. 우리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은 궁극적으로 혁명을 막기위한 것이다』
그후 경제팀사이의 불협화음이 몇차례 보도되긴 했으나,그들의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고,지난1년의 경제개혁은 괄목할만했다. 지지부진한 6공의 정치를 그동안 실속있게 커버해온것은 경제개혁이었다.
경제정책이 균형ㆍ분배ㆍ사회정의와 맞물려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지켜보고,스스로 논쟁에 참여하면서 국민은 경제의 민주화를 실감해왔다. 그것은 오랫동안 상장일변도의 경제제일주의아래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경제시책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첫시도였고,나라살림의 방향에 민의가 활성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첫경험이었다.
정부는 강도높게 개혁을 주장하고,여야정치인들은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오히려 머뭇거리는 기이한 상황속에서 금융실명제ㆍ토지공개념확대ㆍ세제개편 등 획기적인 개혁작업들이 추진된것은 6공이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대표적인 업적이다. 그러나 여야 3당이 합쳐 거대한 여당을 만들면서 이 「대표적인 업적」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와 민자당은 12일 첫 당정협의에서 「안정속 성장」이라는 원론적공감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참석자는 성장요인의 새로운 창출을 주장하는 「경제적 신사고」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신당에 요구되는 것은 원론적공감이나 신사고의 강조가 아니라 지금까지 힘겹게 추진해온 경제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이다. 성장과 안정이 상반된 개념이 아닌것처럼 성장과 개혁,안정과 개혁역시 상반된 개념일수가 없다. 개혁없이는 성장과 안정도 없다는 정신으로 경제제도개혁에서 부작용을 우려한 지난친 「보완」을 하지말하야 한다. 정신이 흔들리는 경제적 신사고란 가공의 낱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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