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미국방장관의 방한에 따른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주한미군의 감축과 작전권의 이양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군유지비분담문제를 전담해온 국무부의 앨런ㆍ홀름스 순회대사를 대동한 체니국방장관은 노태우대통령을 비롯,이상훈국방장관등 한미 고위지휘관들과 만나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분담금 증액문제와 작전권 이양 및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 중요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여기서 우리는 양국의 국방관계자들이 토의할 내용보다는 「감축과 이양」이 논의되는 지금의 한반도 안보상황이 과연 어떤가 하는 소박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주변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련의 동유럽 개혁바람이 지난후 가까이는 미ㆍ소의 외무장관들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관해 언급했고 북한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심심치 않게 이를 예측하는 「희망적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한다면 굳이 과거식의 위기론에 집착할 필요는 분명 없을지 모른다. 지난달 발표됐던 주한미공군 기지의 폐쇄,이에따른 병력의 감축은 비록 그것이 다른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런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풍성한 듯한 분위기에서 남북한에 관한 한 손에 잡히는 변화는 아직 없다는 것이 유감스럽게도 현실인 것 같다. 지난해 발간된 우리의 국방백서가 밝힌 북한의 전력우위와 즉각 공격,속도전에 대비한 전진배치 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이런 물리적인 구조외에도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징조로 받아들일 만한 자세에서도 역시 무변인 상태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최근 파웰 미합참의장이 의회증언에서 『북한이 적대관계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남북대화가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한 말은 우리의 현상황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핵심적 역할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억지하는 1차적 효과외에도 대소견제라는 세계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회동에서 양국간의 논의의 한계는 자명해지리라고 본다.
역설이라고 할는지 모르지만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국내의 적절한 방위태세의 유지가 김일성의 망상을 잠재우고 궁극에는 협상과 긴장완화에 이르도록 하는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란 데에 이의를 가질 사람은 적을 것이다. 최근 한국안보에 관한 한 세미나에서는 미군의 감축을 대북협상카드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의 위치문제가 미국의 재정적자등 의회문제에서 시작하여 한국내의 반미여론,더 나아가서는 소련ㆍ동구의 변혁에 따른 전략개념의 변화등 복합요인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이같은 「한반도상황」은 당연히 중요요인으로 되리라고 본다.
따라서 감축발표후 처음있는 한ㆍ미간의 국방회담의 자리에서는 주둔비를 얼마나 더 분담하느냐 하는 문제뿐 아니라 주한미군이 적정전력으로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사실이 여하히 북한으로 하여금 「긴장완화」에 동의하도록 하게 하느냐에 관해서 보다 폭넓은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만이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화해의 추세에서 한반도가 예외가 되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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