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집권했던 전두환대통령과 나카소네ㆍ야스히로(중증근강홍) 일본총리간의 개인적 우의는 매우 각별했다. ◆두사람간의 관계는 나카소네가 총리취임 한달만인 82년 10월27일 한국을 전격방문함으로써 시작됐다. 나카소네는 또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나중 한국에 40억달러 재정차관을 공여하는등 호의(?)를 베풀었고 전씨는 이에 보답하려는 듯 얼마 뒤 한국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방일하여 나카소네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한마디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으로 주고받은 것이다. 양인의 우의에 대해 똑같은 보스기질때문이라는 평이 있기도 하나 당시 일본의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경력 40년동안 온갖 파란과 풍상을 겪어온 노회한 나카소네의 높은 단수에 전씨가 이용당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소수파벌의 총수였던 그는 일단 총리에 취임하자 「대통령형총리」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2차대전이후의 총리중 사토(좌등) 요시다(길전)에 이어 세번째로 장기집권을 기록했다. ◆총리직을 물러난 나카소네는 전씨가 대통령직을 퇴임하기 보름전인 88년 2월10일 전씨 초청으로 방한하여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두 사람은 퇴임후에는 큰형님격인 레이건 전대통령까지 불러 셋이서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며 우정을 다지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퇴임후 양인은 약속이나 한듯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전씨는 1년3개월째 백담사에서 유폐생활을 하고 있고 나카소네는 리크루트스캔들로 자민당을 뿌리째 흔들리게하고 자신도 국회에 불려나가 증언을 한뒤 탈당,무소속신세가 되었다. ◆그같은 나카소네가 요즘 자신의 정치적 명예와 운명을 가름할 총선운동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모든 야당이 「거악」 「대악」 「부정의 원흉」이라며 낙선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맞서 나카소네 진영에서는 총리재임때 외국원수들과의 악수ㆍ포옹장면을 담은 화려한 화보집을 발간,대대적으로 뿌리고 있는데 유독 형제라고 불렀던 전씨와의 만남 사진은 일체 넣지 않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치의 비정과 권력의 무상을 새삼 절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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