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는 오랜 속담은 은연중 우리사회의 저류에 도사린 보편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같은 사고가 사실은 우리 기업의 경영합리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외국인 경영전문가의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 이 전문가는 우리기업들이 그 속담처럼 처음에는 열심히 일을 시작하지만 그후 추진력이 점점 떨어져 점검하지 않으면 실천이 안되고 끝맺음도 똑 부러지게 명쾌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시작이 반이 아니라 사실은 일의 99%가 이뤄져야 반완성된 것으로 보는게 옳다고도 했다고 한다.우리의 대표적인 원로기업인도 최근 우리경제의 전망을 말하면서 『정부는 정부의 몫을,기업은 기업의 몫을 제대로 다해야한다.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도 주48시간 노동인데 우리가 주44시간으로 간다하니 어떻게 선진국을 따가가겠다는 것인지 알수없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바꿔말해 일을 벌여 놓았으면 각자가 끝까지 제몫을 다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외국영화제목으로도 등장,젊은이들에게 알려진 외래어로 「다이 하드」(DIE HARD)라는 말이 있다. 목숨을 걸고라도 끝까지 완강히 저항한다는 뜻이다. 그 영화에서는 휴가중인 한 경찰관이 우연히 엄청난 조직범죄 현장과 맞부딪쳐 끝까지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력이 지나치게 난무하고 주인공이 불사의 슈퍼맨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범죄를 보고 그냥두지 못하는 경찰관의 끈질긴 근성만은 대단했다.
신라때 원광법사가 화랑에게 일러준 다섯가지 계명중에도 임전무퇴가 있다. 나라를 이끌 젊은 화랑들에게 싸움터에서 결코 물러서면 안된다는 가르침인데,요즘말로 바꾸자면 「다이하드」정신의 원본격이 될것이다. 훗날 화랑도가 삼국통일의 초석이 된걸로 미루어 화랑의 「다이 하드」정신은 우리 역사와 전통속에 찬연히 살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사회의 「다이 하드」정신이 잦아들기 시작했는지가 통탄스러운 오늘의 세태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늪에 빠진 기업의 경영이나 근로정신이 그렇고,민생치안에 잇달아 큰 구멍이 뚫렸는데도 은폐와 축소조작에 연연해 하는 우리 경찰의 모습이 정말 딱하고 안쓰럽다.
문책을 우려해 예사로 상부보고조차 않고,범인잡기나 수사가 귀찮아 신고조차 외면하기 일쑤인 고질이 연쇄 미장원 강도사건에다 1백건이 넘는 이상한 연쇄 방화사건마저 아마 키워냈을 법하다.
그래서 사건이 커지면서 빈발하고 말썽이 빗발치면 비상령을 내려 닦달을 하고 인사권을 휘두르는게 18번이 된지 오래이다. 오죽하면 필포장관이라는 닉네임마저 생겨났는데도 현실은 필포가 미포가 되고,미포가 불포로 되는 악순환의 기미마저 보이는 것이다.
밤낮없는 근무에 찌든 경찰관의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다이하드」정신이 한사람 한사람의 가슴속에 도사려야 그같은 닦달이나 고생도 비로소 빛을 보게 되는 이치를 새삼 모두가 깨쳤으면 싶은 오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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