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석/한소관계 군축등 본격화/북도 대한ㆍ미 유연해질것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지난 10일 남북한간의 자유왕래와 한반도의 장벽제거를 촉구한 사실은 지난해 동구권을 휩쓸었던 대변혁의물결이 멀지않아 한반도에도 밀어닥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외 소련및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셰바르드나제가 겉으로는 남한의 「콘크리트 장벽」 해체를 거론한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비유함으로써 실은 페레스트로이카의 불모지인 북한의 변혁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이 동구의 변혁을 역으로 수용,사실상의 다당제를 채택한 소련공산당중앙위총회 직후에 나왔다는 점과 그의 장벽제거 발언이 남북한간의 「자유왕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하고 있다.
▲하용출교수(서울대ㆍ외교학)=북한의 지도층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이라서 한층 흥미를 끈다. 또한 그의 발언이 미소간의 새로운 데탕트무드가 고조되고 있는때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한마디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우리와의 쌍무관계를 촉진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할수 있다.
북한에는 동구에서와 같은 변화의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 소련측의 판단인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이 할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다.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소련이 앞으로 북한에서도 동구에서와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진위교수(연대행정대학원원장ㆍ정치외교학)=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선언과 크라스노야르스크선언을 통해 「아시아국의 일원」임을 강조해온 소련이 이제 동아시아권에 관심을 돌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최근 미소간의 정상회담등 고위접촉때 한반도정세를 비롯한 동부아문제가 에외없이 거론되었다는 점에서도 소련의 대동북아정책의 중대변화를 예견케 해준다.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은 한국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겠다는 소련의 의사를 분명히하는 한편,개혁을 거부해온 북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함으로써 소련식의 변화를 유도해보려는 기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최평길교수(연대ㆍ행정학)=소련이 주도한 동구권의 자유화물결이 이제 아시아권으로 돌려졌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는 또 미소간의 탈냉전적 화해분위기가 동아시아권에도 영향을 끼쳐 한반도의 군비축소가 본격 거론될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까지 진전되어온 한소교류의 활성화와 여기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북한의 대화참여를 유도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소련식의 변혁을 받아들일 기반을 아직 갖추지 못한 북한에는 큰 충격이 될것이다.
현 단계에서 동구권과 같은 급진적 변혁을 북한에서 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북한이 최근 조심스런 개혁을 타진하고 있고 소련의 개방압력도 가중될것이 예상돼 이를 자의든 타의든 일부 수용해야할 북한으로서는 앞으로의 남북대화와 대미관계에 있어서 유연성을 가지고 임할것이 분명하다.
▲이숭희교수(국방대학원ㆍ정치학)=소련은 그동안 통독문제ㆍ동구개혁과 민주화문제ㆍ민족문제에 몰두해 왔으며 한편으로 동서관계의 화해무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소련의 대동북아정책은 당분간 근본적으로 바꿔질 것같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세습체제와 관련,소련은 한국과 북한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소련의 국익면에서 볼때 극동에서의 데탕트는 매우 중요하지만 김일성의 콘크리트 장벽 제거및 남북대화 강조의 입장을 두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소련은 북한에 동구처럼 개혁을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이상석기자>이상석기자>
◎정부측 분석/“남북관계 청신호 예고”/「콘크리트장벽」 의미라면 실망스런 일
정부는 미소외무장관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공식논의되고,회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한반도긴장완화와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향후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미소외무장관회담에서의 한반도문제 논의가 과거와 달리 세계적으로 동서화해 분위기가 무르억어가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개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외무장관회담은 오는 6월로 예정된 미소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련된 준비회담의 성격이 짙은 자리였던만큼 6월 부시고르바초프의 미소 정상회담에서 한반도긴장와화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얘기가 오갈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몰타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풍랑으로 인해 6월정상회담으로 연기됐던점을 고려하면,한반도문제가 미소 정상회담에서 비중있게 다뤄질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볼수 있다.
정부는 이번 외무장관회담에 앞서 소련측에 한반도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했었다.
정부관계자들은 이같은 우리측의 입장이 소련측에 충실히 전달됐다고 보고 만족해 하고 있으며,6월 미소정상회담에 앞서서도 미국측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북한개방유도ㆍ남북교류및 대화증대ㆍ북한의 성실한 자세촉구등 우리의 입장을 소련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미소외무장관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거론한 「한반도장벽」이 북한이 주장하는 콘크리트장벽이라는 일부외신보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밝힌 한반도장벽은 분단상황 자체를 뜻하는 상징적표현일것으로 생각되나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콘크리트장벽을 의미한 것이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콘크리트 장벽을 말한것으로 확인되면 외교경로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소련측에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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