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요인 새로운 창출 주장 당/부작용등 나열 현 골격 강조 정/처음엔 서먹서먹… 경제팀 고충이해 건의형식 진행민자당 출범 이후 처음 열린 12일의 경제관련 당정회의는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안정을 토대로 한 성장잠재력의 제고」라는 결론을 끌어냄으로써 그동안 부단히 야기돼온 당정간 마찰을 일단 걷어내는 장이 됐다.
통합신당 출범 선언 후 지난 2월초 당관계자가 정부경제팀의 안이한 정책운영자세및 대처방안을 비판하며 성장대목을 강조한 게 불씨가 되었던 당정간 「내연관계」가 피차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불협화를 불식하고 오히려 당정 호흡조절을 이루는 형식만은 마련된 셈이다.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된 회의내용을 보면 단기적으론 안정에 바탕을 둔 정부의 경기대책을 당이 인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당쪽의 주장에 정부가 동의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피차가 서로 상대의 「권위」와 「의견」을 인정해주는 편법을 채택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문 대목중 「새 발상과 시각」을 언급한 부분이라든지 민주화를 맞아 「정책수단 선택폭과 유효성의 한계」를 자인한 대목 등은 이날 회의분위기를 간접 설명해주는 것이라는 눈길도 적지 않다. 참석자들이 『현상인식과 처방에 거의 동의했다』고 하나 현 경제팀과 신당정책 관계자들의 팀컬러엔 색조의 차이가 없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순부총리와 민자당의 이승윤의원이 공동 주재한 회의는 한때 조부총리 사표설까지 나도는등 불편한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음을 반영,다소 긴장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시작.
때문에 회의는 당관계자들이 현재의 경제난을 보는 간단한 촌평을 돌아가며 피력하는 것으로 진행됐는데 간간이 경제팀의 진단과 처방을 비판하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그러나 전체적 발언 맥락이 현 경제팀의 고충을 이해하는 선에서 중단기적 정책비전의 제시가 더욱 확실해야 한다는 「건의」 성격이 강하자 이때부터 회의도 부드럽게 풀려나갔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조부총리도 처음엔 굳은 표정으로 회의에 임했으나 당쪽 인사들의 발언이 거듭되면서 『그렇게 좋은 얘기들을 해주시니 고맙다』며 안도하면서 회의가 끝날 때는 환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고.
마찬가지로 당쪽에서도 『성장론과 안정론의 당정간 대립은 애당초 있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서로간에 와전된 정보로 필요없는 오해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한 뒤 『회의가 아주 잘됐다』고 평가.
회의가 끝난 뒤 황병태의원은 『중ㆍ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지탱해왔던 성장요인을 완전히 새롭게 창출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정부측과도 완전한 인식의 일치를 이루었다』고 전하고 이를 「경제적 신사고」로 지칭.
○…이날 당측 인사들이 개진한 의견을 보면 김용환의원의 경우 『정부가 아직도 모든 것을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지금은 시대상황이 달라진 만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 나웅배의원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여러가지 공약이 나왔는데 이것들을 총정리해 정부의 경제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달성해나갈까를 연구해보라』고 제안했으며 이희일의원은 『정부는 올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전망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질의.
또 김동규의원도 『정부는 작년에도 금년에 가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실정인데 과연 「하반기 호전전망」을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최근의 종합토지세제 시행과 관련한 조세저항 대응책으로 과표현실화를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를 맡았던 이승윤의원은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실기와 정치권의 경쟁적인 인기영합정책,기업가의 방만한 경영과 근로자의 지나친 제몫찾기가 오늘의 경제난국을 불러왔다』고 진단하고 『경제의 선진화와 도약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날 당인사들은 과거 우리 경제가 ▲저렴한 기술의 도입 ▲대기업의 생산력 증가와 경제력 성장의 직결 ▲저렴한 노동력 등 세 요소가 성장의 바탕이었으나 이제 이같은 전제는 모두 성립할 수 없는 게 국내ㆍ외적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인사들은 따라서 ▲기업 주체의 기술개발과 ▲노사관계의 자체해결 등 경제를 신사고의 틀로 재고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부총리도 이에 공감했다고 전언.
당인사들은 또 『향후 경제의 관건인 기술개발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주게 되면 대규모 생산력 위주로 팽창하던 재벌은 적응의 탄력성을 더 가진 중소기업에게 많은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기업생존원리의 대전환을 강조.
이와 관련 황의원은 『당정간의 공감대가 이같은 기조에서 확인된 만큼 당장의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날의 회의결론을 요약.
한편 이날 회의에는 경제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박철언정무장관도 두툼한 자료를 휴대한 채 합석해 눈길을 끌었는데,앞으로도 경제문제뿐 아니라 모든 범주의 당정회의에 참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
박장관은 회의 후 『역시 서로 자주 만나야 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해 당정간 긴장상태가 과장된 것이었음을 강조.
○…당정간 의견조정의 성과는 좀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날 외양상 호흡조절이 가능했던 것은 당정간의 사전 교감작업이 주효했다는 후문.
당정회의를 앞두고 이날 상오 과천청사에서 가진 경제장관간담회는 정부가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고수할 수밖에 없음을 당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후문.
이날 간담회에는 12개 경제부처장관들이 전원 참석해 최근 정책방향을 둘러싼 당정마찰에 부처마다 관심이 지대함을 입증.
비공개로 1시간3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장관들은 「안정과 성장」으로 압축된 당정 견해차에 분야별로 의견과 시각을 피력했으며 이 의견을 당정회의 참석자들이 당정회의에서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조부총리는 『당이나 정부나 결국 기본목표는 같다』면서 『오늘 당정만남을 통해 그간의 오해를 씻고 건설적인 의견조정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는 것.<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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