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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없는 사회(조두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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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없는 사회(조두흠칼럼)

입력
199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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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든 되풀이되면 모두가 만성이 되어 무감각해진다. 불법한 행위,적정하지 못한 관행도 너무 흔해지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되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인가.우리주변에서 노상 벌어지는 「고스톱」 화투놀이만해도 그렇다. 요즘 도시ㆍ농촌ㆍ잔칫집ㆍ상가ㆍ남녀노소 할것없이 앉으면 「고스톱」판에 열중한다. 공직에 있는 사람ㆍ대학교수ㆍ실정법을 집행하는 법조계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적게는 한점에 1백원,1천원짜리부터 크게는 한점에 1만원까지 판돈이 올라가는 모양이다. 놀이방법도 자꾸 개발된 탓인지 「싹쓸이」를 비롯,누구의 이름을 빗대는 별의별 「고스톱」이 등장한다.

「고스톱」을 모르는 사람은 가히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외국인들은 신기하게 바라본다. 우리 형법2백46조(도박ㆍ상습도박)에는 『재물로써 도박한자는 2만5천원(현재적용은 40배)이하의 벌금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되어있다.

물론 『일시 오락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는 붙어있다.

이 조항은 더군다나 『상습으로 전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5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데 우리사회에 만연된 「고스톱」 풍조는 일시 오락적인 정도는 분명히 아닌것 같다. 모두가 기회(?)만 있으면 상습적으로 판을 벌이고 있고 국제선여객기안에서 화투를 선물로 주기까지 한다. 얼마전 일본에 관광간 한국인단체 여행객들이 신간선열차안에서 「고스톱」을 치다가 공안원에 입건당할뻔 했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데도 성인의 대다수가 「고스톱」을 즐기고 있으니 죄의식이 있을수 없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닌가.

그런가하면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발생률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차지한지 이미 오래다. 거기에 범죄발생률도 날이갈수록 높아져 민생치안은 부재라는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잇다. 지난주 잇단 미용실 강도사건과 주택가 방화사건을 돌이켜 보자.

경찰이 뒤늦게 방범총비상령을 내리고 관할경찰서장까지 문책했으나 범인검거는 커녕 주택가방화사건은 85건으로 늘어났고 미용실강도사건도 모두 11건이나 확인되었다. 더욱 기이한것은 미용실강도사건의 경우 『다친 사람이 없고 피해액이 적다』고 해서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않고 담당형사반장선에서 묵살된 예마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범죄가 관내에 발행해도 쉬쉬하며 사건과 「축소지향화」를 바라고있으니 경찰의 공조수사가 될리만무하다. 이쯤되면 파출소정문앞에 세워둔 『민생치안은 안정의 근본이다』라는 입간판이 무색할 판이다. 「꿩잡는게 매」라고 경찰의 존립목적이 우선 사회의 안녕과 질서확보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것이다. 강도ㆍ강간ㆍ절도사건등이 피해자가 아예 신고조차하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도 한다. 강력범죄가 너무 빈번히 일어나 경찰이 사건에 무감각해진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경찰은 질서유지에는 크게 기여했는지 모르겠으나 안녕확보에는 실패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고위공직자가 없다는것도 당연한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정치사회의 풍조는 어떤가 여야를 가릴것없이 총재가 카리스마로 군림하는 권위주의가 판을 치고있다. 여야당의 총재는 당직ㆍ지역구위원장을 선출하거나 지명하지않는 것이 관례요,으레 임명하게 마련이다. 정당의 대변인은 총재의 의중을 잘살피고 지시에 순응하는것만으로 유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정당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관청의 체취가 짙다. 국회의원인지,공무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현실에 국민은 뜻밖에 무감각하기만 하다.

지난주 3당합당전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ㆍ김종필총재 회담에서 김대중총재에 대한 공소를 취소키로 합의했다는 보도도 얼핏 수긍이 가지않는다. 3권분립,사법권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는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검사이며 공소 취하도 검사 고유의 권한에 속한다. 현행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장관도 검찰총장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권만을 가질뿐,개개사건을 지휘할수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김총재에 대한 공소취하는 국가보안법의 불고지죄가 개정될 전망이어서 화합차원에서 그 타당성을 일응 인정할수야 있다. 다만 검찰이 분명히 준사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잊고있는듯 하다.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 필요에의해 공소제기,공소취하에 일일이 합의한다면 그야말로 검찰권의 침해요,검찰권독립을 스스로 저해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반발하는 검찰간부는 없다.

6공에 들어 민주화가 정착되어간다고 자화자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 민주화란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과정의 적정성도 더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정치적 고려에따라 정치가 법의 집행에 간여하기 시작하면 법의 안정성ㆍ존엄성은 지켜지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법치주의의 기본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적지않은 국민이 무감각해진 사례를 한가지만 더 들오본다. 거대여당인 민자당은 민주ㆍ번영ㆍ통일을 내세우며 망국적인 지역감정해소를 다짐하고 있다. 호남지역의 소외감정을 불식하기위해 총리나 당요직에 그 고장출신을 기용하겠다는 이야기도 보도된다.

능력이 있으면 출신고장을 가리지않고 쓰는것이 순리이지,꼭 특정지역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리라. 예컨대 지난 61년 「5ㆍ16혁명」이후 30년동안 검찰총장ㆍ육군참모총장ㆍ국세청장등 요직에 어느 한지방 사람이 임용된적은 한번도 없었다. 총리를 임명해도 자기비서실장이나 마음대로 못쓰는 정치풍토아래서는 지역감정해소는 한낱 슬로건에 그치리라는 기억을 왜 하게되는 것일까. 어떤 인사원칙이든 그것이 반복되면 당연한 일처럼 되어 감각이 없어지는것 같다.

「고스톱 안치기」ㆍ민생치안의 확립ㆍ법치주의의 정착ㆍ인사의 공정성등 지극히 당연한 일들이 새 정치판에서 한번쯤 이루어 질수는 없단 말인가.<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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