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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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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군­. 올해 나이 18세,서울 태생으로 9살 때까지 서울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다. 9년 전인 81년 한 기업체의 영국주재 근무발령을 받은 아버지 박영수씨(50)를 따라 어머니(43세)와 동생 준혁(16세)과 함께 영국에 갔다. 영국생활 첫해는 영어가 서툴러 몹시 고생을 했다는 박군이 런던의 헬리버리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이미 수석이었다. ◆영국 최고의 명문고교인 이튼칼리지를 왕실장학생으로 입학할 만큼 실력이 탁월했다는 준호군의 천재성은 5년간의 이튼학교 생활에서 더욱 빛을 발휘했다. 지난 9일 졸업식에서는 수석졸업자에게 주어지는 영예의 글래드스턴 기념상까지 차지해 이튼스쿨 개교 5백50년 사상 동양인으로는 최초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박군은 럭비 수영 크리킷 등 운동에도 만능이고 음악에서도 천부적 재능까지 보였다니 더욱 놀랍다. 영국에서 며칠 전에 날아든 준호군의 이 통쾌한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박군이 만약 서울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면 어떻게 됐을까. 월반도 허용않는 학제하에서,성적은 그렇다 하더라도 음악이나 스포츠 등에서도 그 천재성은 아낌없이 발휘됐을까. ◆이튼스쿨 3년생인 박군의 동생 준혁이도 형만큼이나 머리가 뛰어나 이 학교를 수석 입학했다고 한다. 그들 형제가 분명한 한국의 아들이고 보면,현재 초ㆍ중ㆍ고교에 재학중인 9백60만명의 우리 2세들중에 박군형제만한 천재들이 전혀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우리의 단선교육제도는 그러한 천재들을 발굴할 수도,키워줄 수도 없다는 데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박군의 뉴스가 국내 신문에 보도된 것(11일)과 때맞춰 고교교육의 수월성 제고를 위해 「경쟁입시를 부활」하겠다는 정부방침의 발표가 있어 그 의미가 더욱 시사적이었던 것 같아 보인다.『교육선진국에서는 교육이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박군 아버지의 평범한 것 같은 말 속에 담긴 뜻을 우리 교육정책당국은 거듭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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