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겉은 자제 속으론 분화작용 전망/민주 YS 흡인력으로 팽창기대 눈치/공화 마포당사 활용 분위기 유지 의중민주자유당은 그 거대한 살림규모때문에 분할운영이 불가피하다. 기존3당이 합친 2백16명의 원내의석과 3백만명이상의 당원을 갖고 있는 이 맘모스정당은 집단지도체제가 의미하는 그대로 「계보」중심의 운영형태를 띨 것이 확실하다. 민자당은 민정ㆍ민주ㆍ공화가 당대당으로 합당한 만큼 먼저 3대 계보가 정족의 형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성급한 계보형성이 통합신당의 이미지에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과 남보다 빠른 계보움직임이 견제를 자초하게 된다는 판단때문에 주춤하고 있지만 은밀히 「계보성」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기도하다. 가령 계보의 사무실을 어디에 둘 것이며 계보명칭은 어떻게 작명하고 구성원의 기준은 무엇이며 대계보의 보스아래 중간보스를 둘것인가 하는 등이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지금은 비난의 소리가 나올것을 우려,공개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계보의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도상계획까지 은밀히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정중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민자당의 3대 계보민정ㆍ민주ㆍ공화계의 「계보정치작전」을 사전에 챙겨본다.
○민정
○…집권당의 간판을 스스로 내린 구민정당은 민자당내에서 최대 지분을 갖는 「민정계」로 부활할 예정이지만 그 전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김영삼최고위원이 이끄는 민주계와 김종필최고위원의 공화계는 두김최고위원이 구민주ㆍ구공화당에서 「신권위」로 일컬어지는 절대권자로서 그 세를 그대로 민자당에 대부분 유입시켜 계보보스로 군림하게되었지만 민정계는 내부사정이 단일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노태우대통령이 있지만 전면등장이 「체통상」 용이치 않게 되어 있다.
따라서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이 민정계를 총괄운영할 것으로 보이지만 완벽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할 때 소계파의 세 싸움이 예상된다.
민정계는 우선 당장은 별도의 계보사무실은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이 박대행중심의 민정계 결속을 지시한 이상 민정계의 총괄사무는 박대행의 당사 「최고위원실」에서 집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대행 개인은 여러군데 자신의 아지트를 설치,민정계를 다각도로 운영할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행은 이미 L호텔등에 전용객실을 마련,상당수 계보의원들과의 접촉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또 포철회장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포철의 여러 계선조직과 사무실을 활용할 생각도 하고 있다는 것. 박대행의 이러한 행보가 민정계내에서 그의 아호를 딴 청암계의 구축을 뜻화는 것인지 또는 민정계의 전체관리를 위해서인지는 구분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사정을 감안할 때 두가지 목적을 모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정계주류를 이룰 박철언정무1장관은 이미 월계수회등 여러 갈래로 나눈 계파조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계보정치가 시작되면 박장관의 사조직이 표면에 부상,박장관(아호 청민)계를 구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이다. 박장관은 6ㆍ3빌딩에 있는 북방문제연구소를 비롯,강남의 2∼3군데에도 개인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저명학자들을 포함한 고급브레인군을 막후에 포진시켜놓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비슷한 연배의 재벌그룹총수들과도 진작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그만큼 계보관리에 필요한 지원선이 튼튼한 편이란 유추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장관은 박대행의 청암계와 자신의 계보의 병립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자파의 규모를 키워갈 것으로 보이는데 박장관의 행보가 속보로 전환되는 시기부터 민정계의 분화작용도 촉진될 전망이다.
○…비록 기존의 세와는 무관하게 얼마든지 계보형성의 잠재력을 안고 있는 이종찬 전총장및 김윤환ㆍ이한동전총무 등 중진의원들은 겉으로는 중간계보의 형성움직임을 자제하고있지만 종국의 상황에 대비한 채비는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총장은 현재의 지구당(종로) 사무실을 조만간 증축,별도의 계보사무실로 쓸 수 있게 만들 예정.
계보정치에 상당히 능숙한 김전총무도 표면적 계보활동은 자제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필요한 시점이 오면 종로구 당주동에 있는 개인사무실을 또다시 개소할 생각과 함께 시내 1∼2곳에 별도 사무실을 낼 의향을 갖고 있으며 이전총무도 일단은 의원회관과 변호사사무실을 이용,중간보스역을 저울질한 후 구체적 대책을 세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들 중진들은 민정계의 향후에 대한 공통분모를 모색한 후 청암계및 박장관계와 공존 또는 경쟁할 수 있는 계파를 서서히 형성해나갈 것으로 보이며 이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방안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
○…민주당에서 민자당에 참여한 54명의원들은 김영삼최고위원을 구심점으로 자연스럽게 민주계를 이루게 되었다.
민주계는 그러나 당장 계보활동을 표면화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민주계의원들은 김영삼최고위원을 정점으로 똘똘 뭉쳐있는 데가 초반부터 신당무드에 거슬리는 계보활동으로 국민들에게 「당권경쟁」이니 「차기집권 포석」이니 하는 인상을 주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최고위원도 지난9일 46명의 수임기구위원을 모아놓고 민주당총재로서는 마지막 공식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도 마지막인데 30년 야당을 같이한 정을 잊지말라』고 말했는데 이는 곧 가까운 시일안에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큰 모임을 자제하겠다는 암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최고위원은 계보사무실같은 것은 가까운 시일안에 따로 만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한 당안에서 활동했던 민주계의원들이 그냥 뿔뿔히 지내기 보다는 각종 채널을 통해 김대표위원과의 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시청 근처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민주산악회」가 민주계의 비공식적 채널이 될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김명윤 전고문이 회장인 민주산악회는 1개월에 1번씩 산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보 소속의원이나 그의 인맥이 모여드는 거점이 될 것이다.
민주산악회는 「민추협」을 탄생시켜 신민당과 통일민주당을 키운 모체였기 때문에 계보사무실 인상이 들지 않으면서 훌륭한 계보거점의 기능을 갖게 된다.
또 김덕룡의원이 주도해온 당내 중앙청년위원회도 어떤 형태로든 재구성되어 방계조직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김최고위원측근들은 『구민주계 원내의원들을 연결시키는 계보사무실은 필요없고 의원회관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안부도 묻고 얘기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이 계보차원에서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원외원장들. 8명이 신야당추진모임으로 떠났지만 30명정도가 12대 동우회멤버로 남아있으며 광화문 근처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민주계 원외관리의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최고위원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계보에 짐짓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권의 일원이 된 것이 집권을 위한 포석이며 이 목표를 위해서는 집안단속보다는 다수의석을 차지한 민정계의원들과 한가족이 되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최고위원의 참모인 황병태의원이 『우리 정치문화는 일본과 같은 계보정치를 허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14대 공천을 계기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민주계는 당장 노태우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을 재촉하는 계보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가 공천을 계기로 본격적인 계보세력의 확대를 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김최고위원은 4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이 될경우 이같은 직책을 이용하여 민정계의원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접촉할 것이라고 그의 측근들이 추측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이 인재를 끌어들이는 저력에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김최고위원은 민주총재시절 10여명의 비서진으로 정치일정 의전 행정은 물론,홍보아이디어 창출 등에 활용했지만 3대 계보가 엄존하는 민자당내에서 이같은 사조직을 당내에 둘 수는 없는 실정. 따라서 김최고위원 자신이나 민주계의 아이디어뱅크 형식의 개인사무실이나 연구실을 두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그 필요성이 점증할 것이다. 그러나 계보관리를 상당기간 노출시키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서서히 YS계의 상도동계 하는 말보다 더 큰 의미의 계보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
○…공화계는 보스인 김종필최고위원이 계보라는 표현을 짐짓 싫어하고 있어 당분간은 청구동자택을 중심으로 연락을 취하는 「운정(김최고위원의 아호) 구락부」 형태를 취할 전망이다.
김최고위원 스스로도 『4월 전당대회까지는 소속의원들에게 옛 마포당사로 출근하라고 했지만 없어진 당의 당사보다 우리 집을 찾는 의원들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공화계는 「운정구락부」나 「청구계」로 지칭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청구계 역시 별도의 계보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최고위원은 나름대로 몇가지의 복안을 갖고 있다는 것.
우선 김최고위원은 자신과 사촌동서간인 한병기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정경문화아카데미를 계보사무실로 확대운영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7월 서울강남구 신사동 영도빌딩4층에 자리를 잡은 뒤 10월엔 세종문화회관에서 「90년대 한국정치발전과제」 세미나를 개최하는등 각 대학교수들과 접촉하면서 구공화당정책파트에 사실상의 소프트웨어 공급원이었다.
김최고위원은 이 연구소를 적극 활용,사무실 규모를 보다 큰 곳으로 이전시켜 계보 소속 정책연구팀을 보강하는 한편,의원들간의 연락사무소및 집회장소로 자리잡게 할 의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김최고위원이 의중에 두고 있는 방안은 구공화당 서울시지부 사무실의 확대방안. 현재 최재구 전부총재가 운영하고 있는 강남구 역삼동 송산빌딩 2층의 이 사무실은 42개 지구당사무실간의 연락책을 맡고 있는 만큼 이 사무실과 한씨의 연구소를 「투톱시스템」으로 운영할 경우 나름대로의 장점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김최고위원은 이와함께 현재의 마포당사중 일부를 남기는 방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화동 성지빌딩 15∼17층을 쓰고 있는 현재 당사는 15ㆍ16층은 임대한 것이지만 17층 3백80평은 김종필총재명의로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계보사무실로는 적격이라는 것. 다만 3당합당에 따른 권리의무의 승계로 당연히 신설당의 자산이 되겠지만 87년당시 구입비용 12억원의 계산문제만 해결된다면 위치적인 사무실환경으로 볼 때 계보사무실로는 적격이라는 것. 더구나 구공화당의 분위기까지 그대로 인수.결속을 다지기엔 티없이 좋은 환경이어서 김최고위원이 가장 의중에 두고 있는 운용방안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정병진ㆍ정진석기자>정병진ㆍ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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