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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는 범죄,두손 든 치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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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는 범죄,두손 든 치안(사설)

입력
1990.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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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있는가 없는가. 묻기가 쑥스럽다. 치안부재정도가 아니다. 이러다간 범죄천하가 되지 않나 하는 아찔한 공포감마저 엄습한다. 서울과 지방,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범죄의 창궐과 포악은 종횡무진의 지경에 이르렀다. 갈수록 사람과 사람사이가 무서워진다.조직폭력 인신매매 떼강도 가정파괴범이 사나운 메뚜기떼 모양 날치더니, 그 꼬리를 문 듯이 연쇄강도 연쇄방화 백주의 도둑이 낮과 밤을 휘젓고 다닌다. 그야말로 범죄자 마음대로가 아닌가.

경찰은 또 비상을 걸었다. 비상이 상습화된 마당이니 별로 새롭지 않다. 하기야 경찰의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다급하고 딱한 상황이니 그 심경만은 이해가 간다. 이것이 별다른 실효가 없으니 불안하고 역정이 터지는 것이다.

룸 살롱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패거리가 서울 도심의 미장원을 털었다. 그게 단발 사건인줄 알았더니 비슷한 피해장소는 몇군데 더 있었다. 알고도 쉬쉬한 것이다. 집 대문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잇달아 나자 정신병자니 불순분자의 소행이니 하면서 단서도 못잡고 도깨비 불은 자꾸 번져만 간다. 그런데도 경찰은 도깨비에 홀리기라도 한듯 속수무책이다.

전직 대통령자택의 서재에도 도둑은 쥐도새도 모르게 멋대로 드나들었다. 하숙방에 숨었다 들통이 났으니 망정이지,경찰은 또한번 크게 망신을 당할 뻔 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괴하기 짝이 없다. 민생치안을 국시로라도 삼아야 할 만큼 국민은 범죄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주부가 폭행의 대상이 될 뻔했다면 세상은 갈데까지 갔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상황은 위급하다. 도덕론을 펼칠 만한 여유조차 없다. 국민의 안녕과 질서라는 국가의 기본임무부터 빨리 정상화되는 길밖엔 달리 해결책이 없다. 곱거나 밉거나 믿을 것은 공권력만이 아닌가.

3당통합의 명분의 하나가 민생치안의 확립임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그런데 어찌된 까닭인지 행정력이 해이감을 보이고 경찰은 무력감에다 책임회피의 증세까지 나타내고 있음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바이다.

공조체제는 간 데 없고 범죄발생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숨기는 실정이다. 뒤늦게 경찰간부가 이동하고 제재를 가했다고 하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를바 무엇인가 묻는 것이다.

우리는 경찰의 시련과 오늘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그런대로 격려를 보내는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으련다. 휴식이 모자라는 장기근무,장비와 인원의 부족 등 뒷받침이 모자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범죄근절과 범인을 꼭 잡는다는 필포의 정신만은 갖춰야 한다는게 국민 모두의 기대이며 희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장 문책에 곤란하다고 숨겨버리는 안이한 태도는 오히려 민생불안을 야기하는데 한 몫을 더해줄 뿐임을 깨닫기 바란다.

정부도 이제 더이상 큰 소리나 호통으로 민생치안을 바로잡는다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청산하고 단호한 결의로 국정 제1의 과제를 범죄퇴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흉악범죄가 만연하여 불안을 가중시키면 정치,경제의 안정은 표류하고 만다. 범죄가 국가의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그 힘이 능가한다면 안정의 터전은 다져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 스스로가 자구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치안상태는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어 정상궤도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 협조도 강회되어야 하나,무엇보다 경찰의 심기일전이 긴요한 시기이다. 범죄자가 벌벌떠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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