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절차의 적법성 강조 감형/자의적 북접촉은 실정법 위반/변호인 접견 금지 위법 주장등은 기각1심에서 징역10년씩 선고받았던 문익환ㆍ유원호피고인이 마지막 사실심인 2심에서 징역7년씩으로 감형돼 이제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법정소란ㆍ재판부 기피신청ㆍ출정거부 등으로 말많았던 1심재판에 이어 문피고인의 신병악화여부를 둘러싼 시비로 세차례 출정거부 소동이 빚어졌던 2심재판도 개인적 차원의 자의적 대북접촉은 실정법위반이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물론 대법원에서의 법률심을 남겨두고는 있지만 사법부가 국가보안법에 대한 지금까지의 판례를 번복하지않는 이상 판결결과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2심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안문태부장판사)가 10일의 선고공판에서 1심재판과정에서의 절차상 잘못 등을 이유로 원심형량을 줄임으로써 재판절차의 적법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재판절차의 위법성 시비는 이 사건의 1심결심공판이 열린 지난해 9월18일 변호인단 59명이 재판부기피신청과 함께 변호인 사임계를 내고 피고인과 함께 퇴정했으나 당시 1심재판부가 공판진행을 중지하지않고 강행함으로써 비롯됐다.
형사소송법조문에 의하면 재판부기피신청이 제기된 경우나 필요적변호사건(반드시 변호인이 선임돼야하는 사건ㆍ법정최저형 징역3년)에서 변호인이 사임했을때는 즉시 공판진행을 중지하고 기피신청의 타당성을 심리하거나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1심재판부는 구속기간만료(6개월)를 24일 남겨둔 시점이어서 형사소송법의 예외규정과 『일단 변호인이 입정했다가 퇴정했으면 그 공판은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을 근거로 공판을 강행,구속기간내에 1심절차를 마무리지었다.
때문에 2심재판에 들어서자 변호인단은 소송절차상의 위법을 강력히 주장했고 2심재판부는 『필요적 변론사건인 이사건 재판과정이 국선이든 사선이든 변호인없이 심리가 진행된 것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 것』이라고 변호인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에서 『구속만기일이 임박했다하더라도 공판을 속행해 다음 기일을 알리고 변호인들의 출석을 종용하거나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후 심리를 계속했어야 했다』며 『원심이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증거조사를 해 피고인들의 유죄인정 자료로 삼은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은 공안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신속한 재판진행과 법정질서유지 등을 강조한 나머지 피고인ㆍ변호인이 퇴정한 가운데 재판이 강행됨으로써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간과해온 사례를 지적한 것으로 형사재판에서의 인권보호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재판부가 기피신청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강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심공판 당시 구속기간 만기일을 24일가량 앞두고 있었던 점 등이 소송진행정지의 예외사항인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변호인접견금지 등 수사절차상의 위법성 및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성에 대한 변호인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변호인접견금지문제는 대법원에서,국가보안법의 위헌성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판단을 내리게됐다.
재판부는 또 본안부분인 검찰의 공소사실중 유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아 잠입했다」는 부분과 문피고인이 「평양의 만수대에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실정법을 무시한 일방적 입북은 감상적 통일론에 불과할뿐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종전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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