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균형」 해결책 제시에 미ㆍ소서 긍정평가/신데탕트 기수… 총선후 지도자로 부상할듯한스ㆍ디트리히ㆍ겐셔(63)서독외무장관은 통독논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서블록간 군사균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은 이른바 「겐셔통독안」을 제시,통독논의를 한차원 발전시켰다.
지난2일 베이커 미국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제시된 「겐셔통독안」은 통일독일이 나토회원국으로 남아있되 미국과 소련군이 각각 현재의 동서독지역에 계속주둔,미소분할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있다.
미국등 서방과 소련측은 이 방안에 대해 군사블록문제를 전혀 언급치않은 콜서독총리의 「3단계 10개항」 통독방안이나 3월총선용으로 내세운 한스ㆍ모드로동독총리의 비현실적인 「4단계 중립화」 통일안에 비해 훨씬 실현 가능하며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같은 사태진전은 서독의 기민자민연합정권하에서 겐셔외무장관이 콜총리의 이념적인 빈구석을 채워주는 통독논의의 주역으로서 자리잡아 가고있음을 보여준다.
겐셔장관은 베를린장벽붕괴직후인 지난해 11월 전후 40년간 금기시돼왔던 통독문제를 최초로 공식거론함으로써 통독논의에 물꼬를 텄다. 당시 그의 발언은 주변강대국들의 의표를 찌른 충격이었지만,이미 80년대초부터 겐셔장관은 국제외교무대에서 신데탕트의 기수로 두각을 나타내왔다.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에 대해 서방지도자 대다수가 의혹을 품고 경계할때도 겐셔장관은 주저없이 전폭적인 신뢰를 표시했었다.
아울러 그는 일찍부터 냉전체제극복과 동서화해를 위한 핵무기감축을 주창함으로써 「서방진영의 고르바초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3당지도자라는 캐스팅보트역을 활용,15년간 서독외무장관을 지켜온 겐셔는 장수장관이란 점에서 흔히 그로미코나 키신저와 비교된다. 그러나 최근 그가 예견했던 동서화해가 급격히 가시화되면서 그의 통찰력은 이들 두 외교대가들을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서화해와 독일통일에 대한 겐셔장관의 통찰력이 입증되면서부터 올 12월총선을 앞둔 서독에선 심상치않은 정계개편기미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독국민들은 동방정책및 통일정책에서 콜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보수적입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비전을 지닌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서독권위지인 슈피겔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독국민들중 29%만이 콜총리가 대동독정책을 추진할 능력이 있다고 응답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상당수 서독국민들은 동서화해기류에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하다 대세가 기울어진후에야 서둘러 대소화해외교를 추진했던 콜총리를 친미보수성향의 기회주의자로 보고있는 것이다.
겐셔는 라이프치히대학과 함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출신.
지방의회의원을 거쳐 지난 65년 연방의회의원에 선출된후 69년 브란트총리하의 사민자민연립정권 하에서 내무장관으로 첫 입각했으며 74년 브란트의 뒤를 이은 슈미트정권하에서는 외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82년에 슈미트정권이 하원의 불신임으로 붕괴되자 콜의 기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외무장관직을 계속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12월 총선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이 백중지세를 보일경우 최대현안인 통독문제를 놓고 콜총리와 반목을 보여온 그가 기민당대신 사민당을 연정파트너로 택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총선후 겐셔의 자민당과 현재의 야당인 사민당이 연정을 구성할 경우 양독간에 본격화할 통독논의와 함께 겐셔의 정치적입지가 보다 튼튼하게 발판을 굳힐것이 분명하며,어쩌면 동서독에서 각각 진행되고있는 정치개편에따라 통일독일의 새 지도자로 부상하게 될지도 모른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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