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정국이후 「신사고」란 용어가 즐겨 사용되고 있다. 「신사고」란 말의 유행은 이나라 정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전세계의 정계와 지성계에 이용어가 퍼져있다. 「신사고」란 국제적인 유행어의 발원이 고르바초프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르바초프는 지난 85년부터 오늘날 동구의 대변혁을 초래한 그의 개혁과 개방정책을 시작하면서 소련공산당원과 인민들에게 「신사고」(노보에ㆍ무이시레니에)를 할것을 촉구해왔다.
개혁과 개방정책은 지난날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조차도 어렵다. 그것을 이해하고 추진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신사고를 해야 한다는것이 고르바초프의 주장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정책은 국제질서를 냉전체제로부터 「탈냉전체제」로 전환시키고,소련과 동구사회의 대변혁을 초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사고」는 이러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정책의 전개와 함께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마침내 우리 정계에서도 그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으며,특히 정계개편을 전후하여 많이 이용됐다.
우리 정계에서 「신사고」란 용어의 성행이 고르바초프의 흉내를 내고,국제적유행을 모방하는것 같아서 다소 개운치 않은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신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것 그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왜냐하면 이나라의 정치는 새로워져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며,정치가 새로워지려면 정치인들이 옛날식 사고를 버리고 「신사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나라 정계에서 버려야 할 「구사고」는 무엇이며,취해야 할 「신사고」는 무엇인가.
「구사고」. 즉 낡은 사고방식이란 권위주의적 사고방식,당리당략을 국익보다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정치인이 남을 속이고 부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사고방식등이다. 그에 반대되는 신사고란 민주적 사고방식,국익우선적 사고방식,정직과 청렴을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나라 정치가 올바로 되려면,그래서 계층간ㆍ지역간ㆍ세대간 갈등이 축소되고 사회가 안정된 가운데 국리민복이 증진되려면 이나라 정치인들은 구사고를 버리고 신사고를 해야 한다. 때문에 「신사고」라는 용어가 우리 정계에서 유행하는 것은 정치가 새로워지려는 조짐을 보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나라 정계에서 「신사고」라는 용어가 유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신사고라는 용어만 나돌 뿐이고 정치인들의 행태는 전혀 신사고에 따르고 있지않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의 행동거지는 신사고에 따르는 「신행태」가 되지 못하고 구사고에 따르는 「구행태」,즉 구태의연한 행동이라는 얘기이다.
이번 새 여당을 만들어내는 합당과정에서 보여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이나라 정계에서는 신사고란 용어와는 별도로 정치인들의 행태는 구사고에 따른 구행태라는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합당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던 「민주적절차」가 이러한 2중적 정치행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3당중 어느 한당도 합당문제를 놓고 사전토론을 시도한일이 없고 합당선언이후에도 그런 당내토론이 없었다. 심지어 합당을 위해 몸담던 정당들을 해체하는 전당대회조차도 반대토론을 봉쇄한채 거의 날치기식으로 진행되었다. 여건상 합당선언과정에서 민주적절차를 다소간 생략하는것을 양해할수밖에 없다는점을 감안하더라도,합당과정의 비민주성은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정치지도자나 정치인들은 합당과 관련하여 서슴없이 거짓말을했고,여전히 당리당략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면 그토록 철저하게 위장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며,국익만을 우선시했다면 기습적 합당보다는 다른 정계 개편의 방법을 택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도덕적 행태를 잠정 유보할수밖에 없었던 주변상황을 이해하더라도 합당과정의 비도덕성은 교가 지나친 것이었다.
이렇듯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신사고를 말하면서 행동면에서 구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비단 새 여당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합당을 비판하는 정치인들 역시 구태가 찌든 흑백논리의 구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일째 헌정사 초유의 정치변혁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고작 「민주와 반민주」라는 이분법적 타령만을 하고 있을뿐이다. 지역갈등을 구조적으로 강요해온 4당체제를 제쳐놓은채 지역감정을 거론한다든지,상존하는 혁신세력을 외면한채 보혁논의를 공격한다든지 감각적 구행태는 여전하다.
이처럼 이나라 정치인들은 너나 할것없이 언행상반을 자연스럽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목청높여 외치면서 행동은 극히 권위주의적인 것이다. 이들의 타성에 비춰본다면 신사고를 말하면서 구행태를 보이는 것이 별로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 이러한 정치인들의 2중적 정치행태는 매우 역겨운 일이다.
국민들은 이나라 정치인들의 참다운 「발상의 대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