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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들의 법석/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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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들의 법석/이백규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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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한 일간지가 한국의 공무원 사회에서는 뇌물이 성행하고 있다는 무책임한 칼럼을 보도하자 이 칼럼에서 뇌물수수사례로 거론된 상공부ㆍ국세청ㆍ시교위 등의 관계자들은 일제히 「사실무근」을 강조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법석을 떨었다.국세청은 즉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면서 6공들어 가장 친절한 부처가 국세청이라는 사실을 강조.

상공부는 한술더떠 장관이 직접나서 관련자 유무를 조사케하고 문제의 칼럼이 국내 모잡지를 베낀 사실을 밝혀내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관리들은 거센 반발은 관계된 부처들의 결백입증으로 마무리 되어가는 듯한 인상이다.

구설수에 올랐던 해당부처관리들도 이제는 느긋하게 한차례 해프닝으로 넘겨버리는 듯한 모습이다.

해당 부처 관리들의 호들갑과 과민방응이 「도둑이 제발 저린격」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들도 사라지고 오히려 「우리는 깨끗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정받아 개운하다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리들이 국민들 눈에 청백리로 비쳐지고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스럽다.

6공들어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지만 아직도 4공ㆍ5공 권위주의시대의 고질적인 관료주의 관행은 여전하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때는 먼저 공무원 접대하는 방법으르 알아야하는 것으로 돼있고 6공들어서도 각종 이권이 개입돼있는 인허가권은 여전히 관리들 손에 장악돼있다.

이번 소동은 한국의 실제 사정을 제대로 모르면서 잘못된 보도를 실은 국내잡지를 그대로 베꼈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외국언론의 경솔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국잡지에 비쳐진 일그러진 모습은 한차례의 항의와 정정보도로 시정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관리들을 보는 국민의 눈은 아직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보니 왜곡보도니 하며 자위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이번일을 계기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된 관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합당이후의 정국에서 관리들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더 중요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차례 해프닝으로 이번일을 대수롭지않게 넘겨버리려는 우리나라 관리들의 무감각한 자세가 실망스럽기 짝이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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