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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남북회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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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남북회담(사설)

입력
199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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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45년 만에 남북의 젊은이들이 함께 제11회 북경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다는 희망은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89년 3월9일 첫 대좌한 이래 11개월에 걸쳐 본회담 9차례,실무대표접촉 6차례 등 모두 15차례의 회동끝이다.남북회담이란 으레 그런거려니 하는 눈으로 보아온 사람은 많다. 그것은 회담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몇해를 두고 계속해 오는 회담에서 변하지 못하는 북한측의 태도를 안타깝도록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같은 화석처럼 굳어진 기대감도 이번에는 달랐다. 동유럽은 고사하고 그들의 종주국 소련에서조차 세계와의 화해에 커다란 매듭을 지었으며,우리와 같이 분단됐던 두 독일은 이제 화해의 단계를 지나 통일을 운위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회담의 결렬에는 그런 의미에서 남다른 충격이 있고 회한이 있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란 아직은 허망한 것일 뿐이란 차디찬 교훈만을 느끼게 할 뿐이다.

사안이 체육문제이고 대회개최지가 중국 북경이란 점 등으로 한때 성사에 기대를 갖게했던 체육회담은 90년에 들어서면서 난기류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순항하던 체육회담을 난항으로 몰아넣은 난기류는 이미 합의된 10개 원칙의 구체적인 이행보장문제였지만 북측이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들고 나온 이른바 3대원칙,즉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이 북경아시아경기대회에 개별참가 않기로 선언하고 ▲김집체육부장관,김종렬 KOC위원장의 개별참가 가능성 발언을 취소하며 ▲남측이 제안한 합의사항 이행보장장치를 전면 철회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회담성사에 뜻이 없음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분단고착이란 이유로 서울올림픽을 끝까지 반대하고 불참한 북측이 서울올림픽 폐막 2개월뒤인 88년 12월 90년 북경아시아대회의 남북 단일팀출전을 제의하고 나올 때부터 그들의 속셈은 어쩌면 뻔한 것이긴 했다.

북경하늘에 휘날릴 태극기를 염두에 두었을 그들의 속셈에도 분단극복이란 큰 뜻밑에서 남측은 협상에 성의를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런 허상으로 또다시 드러났고 고위당국자,국회,경제 등 여타의 남북대화에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초청,방문,교류 등 남북 관계개선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제의와 계획이 백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 이러한 묘안들이 어느정도 실현성이 있으며 효과를 거둘 것인지 의심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어떤 경우에든지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단된 우리 모두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실망을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회담이건 교류건간에 우리의 접근자세도 좀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간의 회담을 보면 「북한과의 회담의 계속」이라는 문제에 너무 집착했음인지 우리측마저 수사에 매달려 진전없는 회담에 임해온 듯한 인상이 짙다. 남북간에도 이제는 말만의 잔치가 아니라 비록 적은 것이라 할지라도 40여년의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보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이라는 것을 회담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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