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관계없이 당정관계에 영향 있을듯조순부총리가 최근 경제정책기조를 둘러싼 당정 이견과 관련,7일 강영훈총리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설이 일부 신문에 보도되자 사실여부를 확인하느라 8일 상오 내내 총리실과 경제기획원등 경제부처가 발칵 뒤집히는 소동을 벌였다.
이날 해프닝은 조부총리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해명하고 청와대ㆍ총리실등이 잇달아 이를 재확인 함으로써 일단 「없었던 일」로 결론이 난 인상.
그러나 이번 사표설은 신여권인 민자당(가칭)의 성장우선 경제정책선회 주장과 조부총리의 안정고수론이 갈등조짐을 보이는 시점과 때맞춰 터져나온 것이어서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내각개편 시기나 당정협의 진행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
○당에 불편한 심기
○…최근 신여권의 고위정책관계자들이 현행 경제운용기조를 성장우선정책으로 선회할 방침을 비치면서 전경련등 재계 관계자들과도 몇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 「안정불가피」를 고집하는 조부총리는 외로운 입장에 몰린 게 사실.
조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정치와 행정은 서로 분권 견제해야 하며 정치가 행정에 직접 간섭할 경우 나라 다스리기가 어려워진다』고 이례적으로 강한 톤으로 신여권의 정책변화시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토로.
조부총리는 또 지난 5일 추가 경기부양책 필요성 제기에 대해 잡초를 먼저 뽑아야 한다는 「김매기 선행론」을 폈는가 하면 신당의 『성장이 곧 안정』 주장에 맞서 『안정이 적정성장』임을 강조.
○…이처럼 조부총리가 고전하는 모습으로 사태가 꼬여가자 측근관계자들과 학계제자들은 『이러다간 조부총리가 정치판 인기싸움에 휩쓸려 희생양이 될 지 모른다』며 학계서 쌓은 덕망이 손상되기 전에 명예퇴진할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지도자회의(1.31∼2.13)에 불참한 것은 난국극복위등 현안들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는데 최근의 곤경을 생각하면 차라리 예정대로 참석하는게 나을뻔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심없다” 강조 화근
○…한편 정가와 경제부처 일각에선 『만약 사표설이 사실이라면 신당의 정책이 최종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당정간 정책협의도 아직 없었던 사실로 미루어 혼자서만 상처를 입지 않으려는 태도로 오해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한중민영화와 관련,사의를 표명했던 사실을 다시 들먹였다.
이들은 ▲이미 정계개편으로 늦어도 5월까지 전면 개각이 불가피하며 ▲신여권 정책팀이 이번 사표설로 적잖이 여론의 화살을 맞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조부총리와 노태우대통령의 사제관계까지 꼬집어 『어려울때 일수록 더욱 힘껏 보필하는 인사가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표설 해프닝은 조부총리가 평소 「사심없음」을 여러차례 강조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조부총리는 그동안 『은퇴한뒤 대학강단에 돌아가지 않고 소천(자신의 아호) 서원을 세워 후학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 역사상에 나타난 각종 개혁사상을 정리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혀왔다는 것. 또 동향의 선현인 율곡의 저서를 틈틈히 읽으며 『그의 고독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적도 많다는 것.
어쨌든 이번 사표설로 인해 당정간 정책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도록 화급한 현안으로 등장했으며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등 파급영향이 확대되기전에 내각개편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커졌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여론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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