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의 색종이처럼 돈을 퍼붓고 있다』는 표현이 나돌 정도면 일본총선의 과열상을 누구나 손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오는 18일의 총선은 지난 35년간 일당집권을 계속해 온 자민당으로서는 과반수 의석 확보로 집권을 연장하느냐 못하느냐의 중대한 고비이자 근래의 위기이다. 리크루트 스캔들로 드러났던 금권정치에 대한 혐오가 작년의 참의원 선거에서 거대한 자민당에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뒤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권정치를 포기했다는 자민당의 공약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고,사태의 절박함 때문에 도리어 선거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3백25명이 이번의 중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거대여당 자민당의 선거비용은 후보별로 평균 6억5천만엔(한화 30억원 상당)에 이르고 당 전체로는 2천1백억엔(1조원 상당)은 될것이라고 구미 언론들은 추정,일본정치의 전근대성과 개혁기대 무망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민당은 리크루트 사건이후 모든 정치자금을 중앙당에서만 받을뿐 계보별ㆍ개인별 모금은 않겠다고 공약한바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까지 중앙당에 모금된 것은 작년의 특소세 인하로 혜택을 본 자동차ㆍ가전업계를 비롯,건설ㆍ금융업계의 기탁과 경단련의 것을 포함,3백억엔에 불과,나머지 소요자금 1천8백억엔의 연출방법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라는 걸 보면 사정은 뻔하다. 특혜를 미끼로한 계보별ㆍ개인별 모금이 여전할수 밖에 없고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파의 경우만 봐도 1천2백억엔은 거둘 예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88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때의 총비용이 4억달러(2천6백억원 상당)였다고 한다. 각 후보가 1년동안 50개주를 누비고 값비싼 TV광고까지 하며 쓴 돈이 그런데 일본의 경우 불과 보름남짓 동안의 선거비용이 그것의 4배를 넘는 셈이다. 그래서 구미 언론은 80년대 들면서 일본 총선에서 1표의 값은 냉장고 한대값과 맞먹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정치를 하자면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돈을 소나기처럼 퍼붓고 벽지처럼 발라야만 한다니 돈이야말로 정치의 치부인 것이다. 지난 섣달그믐날의 전직 대통령 국회증언에서 정치자금 내력이 공개될까봐 마음졸였던 여ㆍ야당 보스들이 끝내 함구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소문을 우리는 기억한다. 앞서 우리의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때를 한번 상기해 볼 필요도 있겠다. 선거자금 규모와 출처를 공개하고 쓴 당은 없었다. 하지만 5만원이 든 현금봉투가 배달마저 되고 각종 향응과 선심이 난무했으니 일부에서 수천억원이 넘게 들었을 것이라는 소리도 나왔던 것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유독 일본의 정치풍토가 뒤처져 있는 셈인데 걸핏하면 그걸 본받으려 하는 우리들이다. 3당 통합으로 탄생하는 새여당도 그 이름처럼 일본 자민당을 모델로 했다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데,그들의 금권정치 풍토만은 제발 들여오지 않았으면 싶다. 때마침 민자당이 확정한 정강정책에 성숙한 정치문화를 정착시킨다는 항목도 보인다. 일본 여당의 돈벼락 총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깨끗한 정치문화도 아울러 정착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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